중소기업 연체율 대부분 상승⋯건전성 관리 필요성

정부가 강조한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상반기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수 부진 여파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안전한 대기업 여신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2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총 85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07조원)와 비교해 43조8000억원(5.4%)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 가운데 대기업 대출 증가액만 약 24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대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독식한 셈이다.
대기업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안팎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이 2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NH농협은행(17.9%), 신한은행(14.9%), KB국민은행(12.4%), 하나은행(9.5%) 순이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 수준에 그쳤다. 하나은행이 6.6%, 신한은행이 4.6%로 그나마 높은 편이었다. KB국민은행은 2.6%, 농협은행은 1.1% 증가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오히려 1.7% 감소했다. 5개 은행 모두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개인사업자(SOHO) 대출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5대 은행의 SOHO 대출 잔액은 총 32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3.2%), 신한은행(2.4%), 농협은행(1.3%)이 소폭 늘었으나, KB국민은행(-0.3%)과 우리은행(-5.9%)은 역성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건전성 격차도 현저히 벌어졌다.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우리은행이 0.75%로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0.71%), 하나은행(0.59%), 신한은행(0.49%), KB국민은행(0.37%)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1~0.18% 수준의 미미한 수치에 머물렀다. 신한은행이 0.18%, 하나은행 0.11%, 농협은행 0.07%, KB국민은행 0.04%, 우리은행 0.01%를 기록했다. 모든 은행에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을 압도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의 상승 속도 역시 가파르다. 전년 동기 대비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0%포인트(p) 올랐다. 우리은행도 0.15%p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역시 각각 0.04%p, 0.01%p 올랐다.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0.05%p 하락했다.
이 같은 상반기 대출 흐름에는 대기업의 자금 수요와 은행의 자본 관리 전략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까지 겹치자, 위험이 낮은 우량 대기업 여신 위주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외형 중심 성장에 집중했는데, 내수 부진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의 판단으로 풀이된다”며 “가계대출 연체율 관리도 필요한 시점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