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돌려막고 지적사항 무시⋯당기순이익 부풀리기도
“담합 구조 형성되면 대출심사 무력화⋯견제 체계 마련해야”

강원 서원주신협에서는 최근 3년간 279건, 742억원의 부당대출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부산 사상신협에서는 단일 건으로 1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조합원 대출과 검사정보 유출, 부실대출 돌려막기까지 수법은 달랐지만 대출 심사와 한도 관리, 사후 채권관리 등 여신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드러났다.
28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신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당대출 적발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서원주신협이었다. 이 조합에서는 총 279건, 742억원이 적발됐다. 전국 신협 전체 적발 건수 392건의 71.2%, 적발액 1462억원의 50.8%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신협중앙회의 제재 공시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서원주신협에서는 조합원 명의를 허위로 이용해 대출을 실행한 뒤 당일 상환하는 방식으로 비조합원 대출한도 규제를 피하고 동일인 대출한도를 넘긴 사례가 확인됐다. 채무조정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거나 자산건전성을 실제보다 양호하게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고 당기순이익이 과대 계상되는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었다.
중앙회 검사 과정에서 특정 조합원의 이상거래 관련 검사정보가 당사자에게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합의 부당대출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데 이어 사후 검사 과정의 독립성과 실효성까지 훼손된 셈이다.
단일 사고 기준으로는 사상신협의 100억원 규모 부당대출이 가장 컸다. 건축물 준공 전에는 총대출금의 90%까지만 지급할 수 있는데도 임직원 5명이 대출금 전액을 미리 내준 사실이 확인됐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대출금은 모두 회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진행 상황이나 담보가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금을 추가로 내준 사례도 반복됐다. 대전 구즉신협에서는 준공 전 지급한도를 넘겨 대출금을 집행하고 공정이나 설계 변경 없이 증액된 도급계약서만을 근거로 추가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2건, 81억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같은 유형의 위반이 두 차례 검사에서 반복됐고 중앙회가 후속조치를 일곱 차례 촉구했는데도 조합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경남 회원신협에서는 연체된 기존 대출을 다른 사람 명의의 신규 대출로 갚는 방식의 ‘돌려막기’가 적발됐다. 기존 채무자의 담보물에 대한 임의경매가 진행되자 다른 채무자 명의로 새 대출을 실행해 연체금을 상환하고 경매를 취하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적발된 부당대출은 4건, 78억원이었다.
부실 징후를 회계상 정상 대출로 위장한 정황도 드러났다. 새로 실행한 대출은 자산건전성 분류상 ‘고정’으로 분류해야 했지만 ‘정상’으로 처리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았다. 여신심의회 심사역들의 반대에도 대출을 실행했고 해당 대출금이 다른 대출의 연체이자를 갚는 데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전주동부신협에서는 31건, 77억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건수 기준으로는 서원주신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채무자와 임원이 소유한 법인 명의를 이용해 동일인 대출한도를 넘기거나 건축 공사가 끝나기 전에 시설자금 지급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조합별 수법은 달랐지만 대출 심사와 한도 관리, 자산건전성 분류, 사후 채권관리까지 여신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무너졌다는 점은 같았다. 일부 조합에서는 중앙회의 검사와 시정 요구 이후에도 같은 유형의 위반이 반복돼 감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은 지역사회 내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직인데, 규모가 커졌음에도 내부통제는 여전히 구성원 간 신뢰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사장과 임직원, 내부통제 담당자가 서로 연결되면 담합 구조가 형성돼 대출심사위원회 등 내부 심사 절차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은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대출을 집행했는데도 사고가 발생하면 제재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있다”며 “개별 직원 처벌만으로는 내부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경영진의 지시 여부와 임직원·관계인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견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담보권 실행과 잔여 채권 매각 등을 통해 상당액을 회수하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징계면직 등 엄중한 조치를 했고, 상환 현황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대출 취급과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