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오늘의 로마가 만들어졌다. 기꺼이 감내한 불편은 결국 도시의 경쟁력이 됐다. 오래된 건축물을 지키겠다는 철학은 시간이 흐르며 도시의 가치를 키웠고, 이제는 시민들의 삶을 떠받치는 자산이 됐다.
그렇다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살아가는 우리 수도 서울은 어떤 철학을 가진 도시일까. 지금 서울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단연 주택이다. 수년째 서울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였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무거운 짐을 안고 출발한 새 정부는 대출 규제와 공급 대책,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쏟아진 대책을 하나로 꿰는 철학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갭투자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의 방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까지 아우르는 것이라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거래는 위축됐고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려는 것인지 정책의 큰 방향이 선명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부동산은 국민 대부분의 자산이자 삶의 기반인 만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음 대책이 무엇일지 눈치를 보느라 장기적인 삶의 계획마저 세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출발점부터 일관된 원칙이 있었어야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국민이 믿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 말이다.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왜 그런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분명한 방향성도 필요하다. 수천 년간 콜로세움과 판테온을 지켜낸 로마처럼, 시간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