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감소 보다 빠른 영재학급 폐지⋯영재 교육 기회 상실

전국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이 10년 새 40% 넘게 감소한 가운데 일반 초·중·고교 영재학급이 절반 이상 사라지면서 미래 인재를 키우는 공교육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특히 누구나 학교에서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영재교육 기회가 크게 줄면서 교육 격차를 키우고 국가 인재 공급망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종합데이터(GED)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교육 대상자는 6만3176명으로 2016년(10만8253명)보다 4만5077명(41%) 감소했다. 또한 같은 기간 영재교육 기관(영재학교·과학고, 영재교육원, 영재학급)도 2407개에서 1267개로 47% 줄었다.
영재학생과 기관의 감소는 대부분 일반학교에 있는 영재학급에서 발생했다. 영재학급은 2016년 2045개에서 지난해 896개로 56.2% 줄었다. 이에 따라 영재학급 대상자는 10년간 5만8268명에서 1만8245명으로 68% 감소했다.
반면 영재교육원은 334개에서 343개로 소폭 늘었고 영재학교·과학고는 28개로 10년째 변화가 없었다. 영재학교·과학고 대상자는 오히려 약 3% 증가했으며 영재교육원 대상자도 12% 감소한 것에 그쳤다.
영재학급은 일반 초·중·고등학교 안에 설치돼 방과 후 또는 주말에 운영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영재학교·과학고처럼 별도 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가장 높은 영재교육 과정으로 꼽힌다.
영재학급이 급감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손쉽게 영재교육을 받을 기회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숫자가 대폭 줄었기 때문에 자연 감소분이 1차적으로 반영이 될 것”이라면서도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영재 학생에 대한 교육이나 관심이 늘면서 미래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영재학급의 감소는 단순 학령인구의 감소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 초중등 학생수는 501만5310명으로 2016년(588만2790명) 대비 14%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재학급 대상자는 68%로 급감했다. 학생 수 감소폭보다 영재학급 감소폭이 4배 이상 커 단순한 학령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영재교육학회장을 역임한 이정규 서경대 교수는 “영재교육에 대한 정책과 예산지원이 삭감되면서 영재를 담당하는 교사도 떠나고 영재학생들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실됐다”며 “영재의 교육적 수준에 맞게 교육할 수 없는 방과후 학교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원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 영재학급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해야 일선 학교의 영재학급도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