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개 없이 전세계약서만 쓴 공인중개사, 사기대출 방조 책임”

입력 2026-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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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공인중개사가 실제 중개행위 없이 대리인의 말만 믿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전세자금 사기 대출 범행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제1부(서경환 주심 대법관)는 대부업체 A사가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재심리하도록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B씨가 중개행위 없이 전세계약서만 작성해 교부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실행한 A사가 대출금 상당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담보대출 사기 범행 일당의) 대출금 편취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일당이 소지하던 임대인 도장은 인감도장이 아니고, 그들이 B씨에게 임대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음을 증빙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B씨가 범행 일당의 대리권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행 일당이 B씨게 임대인의 실제 개인 정보를 제공한 점, 전세계약서상 임대인 계좌로 보증금이 입금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B씨도 범행 일당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에 속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B씨에게 과실 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손해배상책임 제한 사유로 볼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갈음했다.

앞서 범행 일당은 임대인 명의의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A사로부터 부산시 기장군 소재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담보대출 1억 원을 받아 챙기고 갚지 않는 등 범행을 벌여 사기죄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출금을 떼인 A사는 공인중개사 B씨가 일면식이 있던 범행 일당으로부터 ‘임대인의 쌍방대리인으로 왔다’는 말만 믿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했다는 점들 들어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이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1, 2심 재판부는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을 맡은 울산지법은 2025년 4월 "임대차계약 중개와 관련해 중개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통상 임차인을 보호 하기 위한 데에 관련 규범의 목적이 있다”면서 “이런 주위의무가 대출을 업으로 하는 A사를 보호하는 데에까지 확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B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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