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공예 접목한 '헤지스 블루' 첫선
"품질·스토리텔링 무기로 글로벌 영토 확장"
1조 브랜드...내년엔 태국·인도·프랑스·중동까지 확장

22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명동의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 매장에 들어서자 영국 런던 노팅힐 거리를 연상시키는 화사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스텔톤 벽면과 싱그러운 과일 오브제가 공간을 채웠고, 민트와 블루, 옐로 등 각양각색의 의류가 방문객을 맞았다. 계단을 따라 이동할수록 계절도 함께 흘렀다. 봄의 포토벨로 마켓에서 여름의 노팅힐 카니발로 배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LF의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내달 7일까지 이곳에서 ‘2027년 봄·여름 시즌(27 SS) 글로벌 수주회’를 연다. 지난해부터 컬렉션과 공간, 브랜드 스토리를 하나의 전시처럼 경험하는 ‘브랜드 경험형 수주회’를 진행 중인데 이번엔 AI 기반 글로벌 오더 시스템을 도입해 브랜드 경험을 주문 과정까지 연결했다.
1층 한편에서는 AI 기반 글로벌 오더 시스템을 체험해볼수 있었다. 이를 통해 바이어들은 AI로 구현한 디지털 룩북에서 컬렉션 착장을 실제 스타일링 그대로 확인한 뒤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사이즈와 수량만 입력하면 주문을 완료할 수 있다.
최우일 헤지스사업부장(상무)은 "바이어들이 수주회에서 느낀 브랜드 경험이 엑셀로 주문하는 순간 끊기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과 바잉 과정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AI 오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헤지스는 AI를 주문 시스템뿐 아니라 상품 기획과 시장조사에도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샘플 제작 여부를 결정했지만, 현재는 AI로 실제 모델의 착장 모습을 구현해 시즌 스토리와의 조화를 검토한 뒤 해당 이미지를 디지털 룩북과 글로벌 오더 시스템에 연동한다. 또 도쿄와 뉴욕, 유럽 등 주요 도시의 트렌드 정보를 AI로 수집해 상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최 상무는 "상품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수주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컬렉션 투어는 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설명과 함께 시작됐다. 김 디렉터는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옷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옷이 어울리는 분위기까지 함께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컬렉션은 노팅힐에서 시작해 노팅힐 카니발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하나의 여행처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계단을 따라 1.5층으로 올라가자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코닉(Iconic)'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오방색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를 중심으로 헤지스의 대표 에센셜 아이템을 배치했다. 최 사업부장은 "아이코닉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이지만 한국적인 색감을 더해 헤지스만의 정체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2.5층은 이번 수주회에서 가장 공을 들인 '헤지스 블루(HAZZYS BLUE)' 공간. 무명에서 시작해 쪽빛으로 염색되고 다시 데님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염색 과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국가무형유산 박영애 침선장과 협업한 아트워크와 한국 장인들의 공예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최 상무는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우리만의 아이템이 필요하다"며 "데님을 단순한 캐주얼 아이템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로 보고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지스 블루만으로 한 층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컬렉션을 확대하고, 향후에는 매장 하나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키우고 싶다"며 "염색과 장식 공예 등 한국 장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헤지스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러시아에서 온 한 바이어가 한국 전통 자개장과 헤지스 블루 제품이 함께 연출된 공간을 한참 바라본 뒤 "아름답다(Beautiful)"며 연신 감탄했다.

마지막 공간인 3.5층에는 헤지스의 시작점, 영국 로잉 문화를 접목한 스포츠 라인 HRC(Hazzys Rowing Club) 컬렉션이 있었다. 마린(Marine) 무드와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해 시원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헤지스는 이번 수주회를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로도 활용하고 있다. 헤지스는 지난해 국내외 종합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메가 브랜드로, 현재 전 세계 약 8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러시아 등에 진출했다. 9월에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에 상륙한다. 내년엔 태국과 인도, 프랑스, 중동 시장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안용섭 헤지스 해외사업부장(상무)은 "내년에는 태국과 인도, 프랑스, 중동 지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해외 수주회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상하이나 모스크바 등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상무는 SPA(제조·유통 일괄) 및 온라인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도 헤지스의 강점은 품질과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은 결국 품질과 연결된다. 고객이 지불한 가격에 맞는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며 "온라인 리뷰에서 소재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재구매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