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전문의들 경고 “낮은 약가에 필수 약 떠나고, 응급실엔 의사 없어”

입력 2026-07-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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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이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을 맞아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발언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서대원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이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을 맞아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발언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신경과 전문의들이 치매 조기 관리와 뇌졸중 전문의 배치를 포함한 국내 뇌질환 치료 인프라 개선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표준 치료제가 도입되지 못하거나 필수 약제가 생산 중단되는 등 현황을 지적하며 낮은 약가와 수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신경과학회는 22일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을 맞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첵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년 7월 22일은 세계신경과학연맹(WFN)이 제정한 세계 뇌의 날이다. 올해는 ‘모두가 누리는 뇌건강(Brain Health and Access for All)’을 주제로 뇌 질환 예방과 치료의 사회적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이어졌다. 이는 모든 사람이 거주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적절한 신경의료와 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경과학회는 이날 치매, 뇌졸중, 두통 등 질환의 국내 현황과 치료 인프라, 치료제 접근성을 논의하면서, 초고령사회에서 국민 누구나 필요한 뇌질환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국가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각각 치매와 뇌졸중 치료 환경을 공유했다. 이어 권도영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조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교수가 파킨슨병, 뇌전증 치료제 국내 도입 지연 문제를 논의했다. 또한 이상범 서울신내의원 원장이 뇌건강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을 설명했다.

서대원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기대수명이 빠르게 연장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이라며 “모두가 치매, 뇌졸중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원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목표에 건강수명 연장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국내 활동 중인 2600여명의 신경과 전문의들이 최근 전국적으로 개원을 하면서 뇌건강과 관련된 여러 검사와 치료들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라며 “일차의료 분야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많아지는 만큼, 뇌건강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예방, 관리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학회가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치매, 조기 관리가 핵심…응급실 내 뇌졸중 전문의 배치 필요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치매 치료 환경과 대한신경과학회의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치매 치료 환경과 대한신경과학회의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신경과학회는 치매 조기진단에 방점을 찍었다. 증상이 두드러지는 시기에 뒤늦게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또한 치매를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들은 일부 초기 환자에서 병의 속도를 늦추는 의학적 도구라는 점도 강조했다. 학회 측은 “치매를 완치하는 마법의 치료제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희진 교수는 “무엇보다 치매 치료와 질환 관리의 핵심은 환자의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된지 약 20여년이 지났으나 아직 개선할 사항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방에서는 주로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전문성을 높이고 통합 돌봄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뇌졸중 치료 인프라의 열악한 현실이 지적됐다. 김태정 교수는 △뇌졸중 센터 부족 △뇌졸중 전문의 부족 △뇌졸중 진료수가 부재 △뇌졸중 취약지 존재 △응급실 뺑뺑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필수 중증 응급이라는 말이 붙으면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전공의가 없고, 연쇄적으로 신경과의 인기도 떨어지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신경과학회는 응급의료센터 내 주요 배후진료과 전문의를 배치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초기에 전문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력이 있고, 병원 간 조율이 가능하다면 응급실 수용 지연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후진료과 인력의 당직 부담을 완화하고, 응급진료 역량을 향상하는 것 역시 병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앞서 우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전담 인력 기준에 평일, 주간 내과·소아과·신경계 전문의 확보 기준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엔 없는 파킨슨병 치료제…한국 떠나는 뇌전증 필수 약제

▲권도영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효과적인 파킨슨병 치료제들이 한국에 도입되지 않는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권도영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효과적인 파킨슨병 치료제들이 한국에 도입되지 않는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제의 국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치료제를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하면서 환자가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는 흡입형, 경피 부착형, 경구형 등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돼 10년 이상 표준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권도영 교수는 “해외에서 10년 이상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약들을 국내에서는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라며 “보험등재 약가가 낮고, 수가도 낮다”라며 원인을 지적했다. 이어 “약가참조제도로 인해 한국의 약가가 외국 시장의 약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한국 출시를 보류하거나 제외한다”라고 부연했다.

권도영 교수는 “파킨슨 질환은 약물치료의 반응성이 높고, 적절한 약물 사용한다면 환자의 기능을 유지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라며 “미도입 약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뇌전증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의 수급 불안 문제도 공유됐다. 뇌전증 환자가 5분 이상 발작하는 ‘뇌전증지속상태’는 초응급 상황으로 의료진이 24시간 이상 지켜보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발작이 5분 경과하면 벤조디아제핀을 투여하고, 이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2차 정맥주사제, 마취 유도제, 2차 마취 유도제를 순차적으로 투여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약을 제때 주입하지 못하면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로 들어가게 된다.

황경진 교수는 “치료 지연은 영구적인 인지기능 저하, 운동 장애, 비가역적 뇌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약제를 제때 쓰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은 현재 1차 표준 치료제인 디아제팜주, 2차 표준 치료제인 페니토인주가 생산·공급중단 상태다”라고 언급했다. 약가가 낮고, 채산성이 없어 제약사들이 이들 약물을 생산하도록 만들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황경진 교수는 “정부가 각 질환별 국가필수의약품을 별도로 지정해 특수하게 관리하고, 제약사가 투입하는 생산 원가, 물류비를 반영한 약가 제도와 원가 보전 구조를 마련하거나, 필수의약품은 약가인하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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