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방송과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지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키가 작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의 성장 패턴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이의 성장은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출생 후 2세까지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며, 이후 사춘기 전까지는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자란다. 이 시기에는 1년에 약 4~7cm 성장하는 것이 평균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다시 성장 속도가 증가해 건강한 여아와 남아는 각각 연간 8㎝, 10㎝ 자라는 급성장기를 경험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현재 키와 절대적인 수치를 걱정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성장 속도다. 또래보다 조금 작더라도 꾸준히 정상적인 속도로 자라고 있다면 최종 키는 정상 성장 범위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같은 성별과 연령의 또래에 비해 키가 3백분위수 미만(키가 100명 중 3번째 미만으로 작은 경우)이거나 성장 속도가 1년에 4㎝ 미만이면 의학적인 저신장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 해당하면 단순히 체질적인 문제인지, 질환으로 인한 성장 지연인지 평가가 필요하다.
저신장에 해당하더라도 대부분은 질병이 아니다.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 아이의 최종 키도 작은 경향이 있고, 체질적으로 또래보다 늦게 자라지만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면서 최종적으론 정상 범위의 성인 키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단순히 또래보다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검사나 치료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성장 패턴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저신장을 유발하는 특정 질환이 있는 환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성장호르몬을 보충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 증후군, 프래더 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만성 신부전, 부당 경량아로 출생해 따라잡기 성장이 되지 않은 경우, 특발성 저신장증 등에서 치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안문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분과 교수는 “가장 흔한 원인을 차지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현재의 키 백분위수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혈액검사, 골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라며 “성장호르몬 치료는 꼭 필요한 환아를 대상으로는 분명한 효과가 보고돼 있지만, 질환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는 최종 성인 키 증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키 크는 방법’은 특별한 요령이 없으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안 교수는 “성장호르몬 분비는 깊은 수면 중 증가하므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하고 활동적인 운동은 뼈와 근육 발달을 자극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라며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인 식사를 통해 어른으로 되는 과정에서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키와 체중에 대한 고민을 가진 많은 아이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성장 속도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는 경우를 진료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맹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성장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확보한 식품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특정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성분을 이용한 여러 임상 연구와 장기간의 검증이 필요하고 근거가 축적돼 가이드라인에 포함돼야 비로소 의사는 환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라며 “특정 영양제 또는 보충식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키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족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