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실적발표 앞두고 투자자 우려 증폭
주가도 한 달 새 30% 이상 하락
중국 ‘문샷 쇼크’에 시장 불안 고조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CE데이터서비스에서 5년 만기 오라클 회사채에 대한 CDS 스프레드는 오전 한때 2.03%포인트(p)까지 상승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8년 말 이후 약 18년 만에 최고다.
CDS는 기업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가격이 오른다. 스프레드가 2.03%p를 기록했다는 건 채권 원금이 1억달러(약 1480억원)일 때 매년 비용만 203만달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시장이 평가하는 부도 위험이 커지자 오라클 회사채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트레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던 회사채 중 하나인 2056년 만기 6.7% 채권 스프레드는 약 8bp(1bp=0.01%p) 상승한 263bp를 기록했다. 2036년 만기 5.7% 채권 스프레드는 9bp 오른 205bp로 집계됐다.
오라클의 신용 위험이 커진 것은 AI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기업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주식시장에서도 불안감은 반영되고 있다.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하락했고 최근 한 달 하락률도 30%를 넘는다.
특히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AI 모델 ‘키미 K3’이 미국 기업들의 최신 모델과의 성능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저가의 중국산 AI 모델이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기업들의 입지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2일 테슬라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시작으로 미국 빅테크 어닝시즌이 개막해 투자자들이 AI 투자가 실적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오라클의 신용 상황을 우려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초 AI 투자 증가를 이유로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인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보고서에서 “급속히 확장하는 AI 인프라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재정 상태를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Baa2’ 등급을 부여했던 무디스의 등급 변동 여부도 지켜봐야 하다고 짚었다. 린지 타일러 모건스탠리 신용 부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오라클은 증자와 조기상환이라는 대응 수단이 있어서 당장 ‘추락천사(fallen angel·투기등급 강등)’로 전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면서도 “중기적으로는 사업 실행력과 자산·사업의 수익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