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공사비 급등도 시공사 몫…건설업계 "부담 확대 우려"

입력 2026-07-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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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물가변동 배제 특약 효력 인정
쌍용건설 추가 공사비 청구 기각

▲2023년 10월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쌍용건설)
▲2023년 10월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쌍용건설)

법원이 코로나19에 따른 물가 상승을 계약 당시 예측 가능한 위험으로 판단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상이 어려운 공사비 상승 부담도 온전히 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는 최근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쌍용건설이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반소도 기각했다. 이번 분쟁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 과정에서 불거졌다. 쌍용건설은 2020년 해당 공사를 수주했으며 당시 공사비는 967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1138억원으로 늘어나자 KT에 추가 공사비 171억원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KT는 계약 당시 물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추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코로나19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도 계약 당시 예측 가능한 위험으로 보고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이후 물가가 급등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내용을 달리 해석하거나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봤다. 또 철강 등 주요 원자재는 사전 계약 등을 통해 가격 변동 위험을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재판부는 코로나19가 입찰 이전인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이미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었던 만큼 당시에도 일정 수준의 물가 변동 위험은 예측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시공사에 불리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증액 검증 요청은 2023년 30건에서 지난해 52건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이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처럼 시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따른 공사비 상승까지 시공사가 부담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며 "발주처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추가 공사비 지급을 거부하고 원청사는 하도급 공사비 인상분을 부담해야 하는 '샌드위치'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협상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고 분쟁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이 계약상 특약을 우선 인정한 만큼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계약 단계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분담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앞으로도 전쟁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공사비 분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며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분담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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