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산물값 안정세”라지만…소비자는 장보기 겁난다

입력 2026-07-21 16:08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시금치 전년比 37.9% 낮지만 한 달 새 24% 상승
농작물 390㏊ 침수 영향 제한적…폭염·병해충이 다음 변수
배추 등 아직 안정권…출하 감소 땐 8월 가격 불안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7월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농수산물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1%)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됐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석유류 물가가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여파로 보여진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7월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농수산물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1%)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됐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석유류 물가가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여파로 보여진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지난해보다 가격이 30% 넘게 싸진 시금치가 최근 한 달 사이에는 20% 넘게 올랐다. 무와 양배추도 전년 대비로는 하락했지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집중호우에도 농축산물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고 진단했지만 장바구니에서는 이미 일부 채소 가격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셈이다.

현재 농산물 가격이 안정됐다는 정부의 설명과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이 엇갈리는 것은 비교 시점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의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싸지만 올 6월과 비교하면 집중호우와 폭염에 민감한 잎채소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산지 피해가 출하량과 소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폭염과 병해충 확산 여부가 8월 장바구니 물가를 가를 전망이다.

◇전년보다 싸지만 한 달 새 꿈틀…엇갈린 가격 신호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 핀매대에서 야채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 핀매대에서 야채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0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낮았다. 그러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24% 오른 수준이다.

양배추와 무도 비슷한 흐름이다. 양배추는 포기당 3006원으로 지난해보다 21.5%, 무는 개당 2051원으로 15.9% 각각 하락했다. 반면 전월과 비교하면 양배추는 약 5%, 무는 약 7% 올랐다. 적상추도 100g당 가격이 한 달 새 1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와 비교한 가격 수준은 안정적이지만 최근에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올 6월까지 비교적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제철 채소 가격이 낮게 형성됐으나 7월 들어 경기 북부와 강원 등 주산지에 집중호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잎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상승세가 농산물 전반으로 확산한 것은 아니다. 오이는 10개당 5310원으로 지난해보다 31.7%, 깻잎은 100g당 1899원으로 28.7% 각각 내렸다. 배추는 포기당 3493원으로 24.8%, 청양고추는 100g당 1255원으로 21.5% 낮았다. 토마토와 상추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저렴했다.

여름 과일도 농식품부 집계상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수박은 한 통 평균 2만1397원으로 지난해보다 29.1% 하락했고 참외와 복숭아도 각각 19.6%, 16.6% 내렸다. 사과 가격 역시 10개당 2만5532원으로 9.6% 낮아졌다.

반면 저장 물량이 줄어든 배는 10개당 4만6461원으로 지난해보다 18.5% 올랐다. 대파도 작황 부진으로 1㎏ 가격이 지난해보다 20.5% 상승했다. 다른 품목 역시 폭우 이후 고온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침수 피해보다 무서운 ‘폭우 뒤 폭염’…가격 반영엔 시차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직접적인 생산 피해는 현재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논콩 등 농작물 약 390㏊가 침수됐고 육계 등 가축 약 20만마리가 폐사했다.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당장 농축산물 수급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제는 집중호우에 이어지는 폭염이다. 상추와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고온과 습도 변화에 민감해 생육이 부진해지거나 상품성이 떨어지기 쉽다. 강우와 폭염이 반복되면 병해충이 확산하고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산지 피해가 곧바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침수와 생육 부진으로 출하량이 줄면 도매시장 반입량과 경락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의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전년 대비 가격만으로 여름철 수급 불안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에도 여름 초입의 가격 안정세가 오래가지 못한 사례가 있다. 2024년 배추 상품 도매가격은 고온과 가뭄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출하량과 상품 비율이 줄면서 9월 중순 포기당 9537원까지 뛰었다. 당시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비축 배추를 공급하는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올해도 기상 악화가 가격 급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병해충 방제와 현장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농협과 자조금단체를 통해 방제 약제와 영양제를 할인 공급하고 있다. 폭염에 취약한 축사에는 열차단 도포제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 하락 폭이 큰 애호박과 오이에는 농자재 할인과 소비 촉진 행사, 주산지 출하 조절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계란값은 하락 전환…축산물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비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 계란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한 태국산 신선란이 4월 19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국산 신선란을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시중에 공급할 예정으로 가격은 한 판(30구)에 국내 계란 평균 소매가보다 약 15% 저렴한 5890원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 계란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한 태국산 신선란이 4월 19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국산 신선란을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시중에 공급할 예정으로 가격은 한 판(30구)에 국내 계란 평균 소매가보다 약 15% 저렴한 5890원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축산물은 채소·과일과 상황이 다르다. 한우 등심은 100g당 1만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8%, 삼겹살은 100g당 2887원으로 8.5% 올랐다. 닭고기도 1㎏당 6199원으로 2.5% 높은 수준이다.

다만 계란 가격은 수입 신선란 공급과 할인 판매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 계란 30구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29일 7618원에서 이달 7일 7561원, 16일 7373원으로 보름여 만에 245원 내렸다. 정부가 부화용 종란 1300만개를 수입해 공급한 영향 등으로 육계 가격도 지난해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여름 장바구니 물가는 현재 가격보다 앞으로의 기상 여건에 달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수 채소와 과일이 여전히 저렴하지만 최근 한 달간 가격 흐름에서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집중호우 피해가 제한적이더라도 폭염과 병해충으로 출하량이 줄면 지금의 안정세가 8월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주요 품목의 생육과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면서 기상 악화에 따른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여름철 기상 여건에 따른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품목의 생육과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농업인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동궁' 꺼먹살이 인기 분석 [해시태그]
  • 코스피, 3%대 상승하며 6740선 마감…외국인·기관 2.2조 '사자'
  • 돈 부담에 친구 안 만난다…가장 부담되는 친구는 [데이터클립]
  • AI 꺾은 ‘신공지능’…신진서, 카타고에 2승1패 역전승
  • 단독 콜라값 또 오른다…코카콜라 51종 최대 9% 인상
  • 노사 교섭 끊긴 카카오, 갈등 장기화⋯카카오뱅크 31일 전면 파업
  • 이 대통령 "레버리지 ETF 보완대책 과감하게"…추가 대책 마련 지시
  • 단독 현대위아, 특수사업부 매각 노조에 첫 통보…그룹 ‘피지컬 AI’ 본격화 [현대차 사업구조 재편]
  • 오늘의 상승종목

  • 07.2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373,000
    • +2.41%
    • 이더리움
    • 2,815,000
    • +1.96%
    • 비트코인 캐시
    • 327,500
    • +3.44%
    • 리플
    • 1,681
    • +4.02%
    • 솔라나
    • 114,000
    • +0.97%
    • 에이다
    • 257
    • +6.64%
    • 트론
    • 481
    • +0.84%
    • 스텔라루멘
    • 283
    • +2.54%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880
    • +0.1%
    • 체인링크
    • 12,690
    • +2.17%
    • 샌드박스
    • 70.37
    • +1.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