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옮기면 기업 올까…"입지보다 중요한 건 산업 생태계" [3대 메가프로젝트, 현실은]

입력 2026-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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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으로 산단 조성
전력·용수·인력 확보 관건
산업 생태계 구축도 과제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기업 투자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업계는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 전문인력 확보, 산업 생태계 조성이 기업 투자의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하고 후속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인허가와 토지 보상, 설계, 기반시설 공사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도입해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약 250만 평 규모의 국유지로 토지 보상 부담이 적고 평탄한 지형을 갖춘 데다 KTX 광주송정역과 공항, 고속도로 접근성이 우수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단일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장기 투자 사업인 만큼 부지 확보만으로 기업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결정 요인을 전력·용수·인력 등 '필요조건'과 산업 생태계·부지·물류·정주여건·거버넌스 등 '보완조건'으로 구분한다. 전력과 용수처럼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요소뿐 아니라 협력업체 집적도와 물류망, 임직원의 정주 여건 등도 기업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산업단지 조성 속도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실제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이 같은 조건들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경기 대구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입지가 전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력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전력과 용수, 산업 생태계 등 기업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검증한 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이 수십 년간 운영되는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단기간의 인센티브보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더 중요하게 본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은 물론 숙련 인력 확보와 협력업체 생태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는 전력과 용수 공급 못지않게 숙련 인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력과 용수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청주나 이천 이동도 부담스러워하는 엔지니어가 적지 않은데 광주까지 숙련 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장은 지을 수 있지만 물과 전력, 사람을 함께 끌어와야 하고 장비 설치와 검증까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산업 생태계와 정주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기업들도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생산의 69.4%는 수도권, 18.0%는 충청권에 집중돼 있으며 서남권 비중은 2.6%에 그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사업 발표 이후 첫 번째 팹 착공까지 약 6년이 소요됐다. 대규모 송전망과 용수 공급시설 구축,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주민 협의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공장 건설 자체보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광주 역시 투자 여건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사업 추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된 광주 군공항 (연합뉴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된 광주 군공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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