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주재할 예정이던 수석보좌관회의가 개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순연됐다. 당초 회의에서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예정됐던 수석보좌관회의는 주제 및 일정 변경으로 인해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본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회의에서는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주제로 관련 수석실 보고를 받은 뒤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수보 회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 열리지만 이번 주는 오는 23일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 일정으로 인해 20일로 일정을 앞당겼다.
그러나 이날 오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초과이윤 배분 방안을 당장 청와대 차원에서 다루기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지켜본 뒤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후 예정됐던 수석·보좌관회의도 자연스럽게 취소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초과이윤 배분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데다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재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친 뒤 청와대 차원의 논의에 착수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은 최근 정부가 강조해온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정책과 맞닿아 있다. 기업이 시장 독점이나 경기 호황, 정책 수혜 등을 통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얻은 이익을 사회 전체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사회적 배분'이 자칫 새로운 기업 부담이나 사실상의 이익 환수 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투자 확대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잇달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공개 논의에 앞서 한 차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초과이윤의 개념과 적용 대상, 사회 환원 방식 등을 둘러싼 정책적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다루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장 상황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 급락의 여파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중 나란히 5% 넘게 하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공개 의제로 올릴 경우 시장에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투자 심리 회복이 중요한 시점에서 '초과이윤'이라는 표현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한 차례 시장을 흔든 바 있다. 5월 김용범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안한 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이를 AI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 구상으로 해석해 보도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됐다. 당시 청와대는 "기업의 초과이익을 배분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AI 산업 성장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과 나누자는 취지"라며 공식 항의 서한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