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20%대…생산 확대 넘어 소비·농지까지 손질
판로·가격 보장 없으면 다시 벼농사…생산·소비 연계가 관건
정부가 2027년 55.5%로 설정했던 식량자급률 목표를 다시 짠다. 전략작물직불제를 확대하며 밀·콩 생산을 늘려왔지만 식량자급률이 40%대 후반에서 정체된 데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수입 곡물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정훈 식량정책실장 주재로 식량안보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중장기 식량자급률 목표와 분야별 자급률 제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목표 재설정에 나선 배경에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자급률이 있다.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0년 49.3%에서 2021년 44.1%로 떨어진 뒤 2022년 49.4%, 2023년 49.3%로 회복했지만 2024년 다시 47.9%로 내려갔다.
식량자급률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용 곡물 가운데 국내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024년 실적은 정부가 2023년 고시한 2027년 목표 55.5%보다 7.6%포인트 낮다.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24년 21.6%로, 2027년 목표인 27.0%와 5.4%포인트 차이가 난다.
품목별 편차도 크다. 쌀은 소비 감소와 구조적인 공급 과잉을 걱정할 정도로 자급 기반이 갖춰졌지만 밀과 콩, 사료용 옥수수는 수입 의존도가 높다. 기존 2027년 목표도 쌀 자급률 98.0%와 함께 밀 8.0%, 콩 43.5%, 옥수수 8.2% 등 품목별 목표를 따로 제시했다. 사료용을 포함하면 밀 5.0%, 콩 11.6%, 옥수수 1.7%가 목표였다.
정부는 그동안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대신 논에 밀·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는 방식으로 생산구조 전환을 추진해왔다. 올해 전략작물직불금 예산은 4196억원으로 전년 2440억원보다 72.0% 늘었고 지원 면적도 17만6000㏊에서 20만5000㏊로 확대했다. 그러나 생산량을 늘려도 안정적인 판로와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농가가 다시 벼농사로 돌아갈 수 있어 생산 지원만으로는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계 관계자는 “밀이나 콩은 생산을 늘리는 것만큼 안정적으로 사줄 곳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판로와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농가로서는 다시 수익이 비교적 안정적인 벼농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목표 재설정의 관건은 자급률 수치만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생산과 소비, 비축, 수입선 다변화, 농지 확보를 하나의 대책으로 묶는 데 있다. 농식품부가 TF를 총괄반과 식량반, 원예반, 축산반, 농지반 등 5개 반으로 구성한 것도 식용 곡물뿐 아니라 축산물과 사료, 채소·과일, 생산 기반까지 식량안보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는 기존 55.5% 목표를 낮출지, 목표 연도를 연장할지 등 구체적인 조정 방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국제 공급망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기존 목표를 단순 하향 조정했다는 비판을 피해야 하는 점이 과제다. 국내 생산 확대에 필요한 농지와 재정, 소비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새 목표의 실효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TF에는 학계와 생산자·소비자 단체, 품목별 협회 등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다. 농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정책 연구용역을 병행해 연말까지 중장기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식량안보 TF 추진단 운영, 정책 연구용역 등을 통해 중장기 자급률 목표치를 올해 연말까지 설정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발굴해 자급률 제고 대책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