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레인지는 6300~7300포인트다. 휴장 기간 미국 증시는 TSMC 호실적에도 AI 수요 불안, 알파벳의 제미나이 3.5 출시 지연, 중국 AI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 호르무즈 해협 불확실성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다만 반도체주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금요일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현재 코스피는 고점 대비 25%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주도주가 30~40% 급락한 점이 체감 하락 폭을 더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미 알려진 악재에도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CXMT 상장,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반도체 이익 증가율 둔화 등은 상반기에도 여러 차례 노출됐던 재료였지만 당시에는 반도체 이익 상향과 AI 내러티브가 이를 덮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고 반도체를 둘러싼 부정적 내러티브와 레버리지발 수급 혼란이 겹치며 연쇄 급락을 불러왔다. 시장이 스스로 팔고 싶은 악재를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낙폭 자체는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까지 낮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저점을 포함해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익 체력이 완전히 훼손되지 않았다는 전제라면 6000선 초중반에서는 하방 지지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미·이란 휴전 불확실성 등 매크로 이벤트도 많다. 그러나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실적이다. 최근 증시의 핵심 논쟁이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이익 증가율 피크아웃과 AI 투자 사이클 조기 종료 가능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주 후반 알파벳 실적에서는 2026~2027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변화와 클라우드 중심 본업 수익성 개선 여부가 핵심 포인트다. 클라우드 고성장이 유지되고 CAPEX 가이던스까지 유지되거나 상향되면 AI 수요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 특히 TPU 등 자체 AI 가속기 수요가 견조하다는 신호가 나오면 HBM뿐 아니라 범용 D램 수요의 중장기 가시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인텔 실적에서는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율보다 서버 CPU 출하량 회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최근 실적 개선이 평균판매가격 상승에 기대온 측면이 있었던 만큼, 실제 출하량까지 반등한다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GPU와 HBM을 넘어 CPU와 범용 메모리로 확산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메모리·기판 등 부품 공급 부족 관련 코멘트 변화도 체크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등이 핵심이다. 지금 코스피는 반도체주 급락이 만든 변동성 장세에 놓여 있지만, 비반도체 업종도 함께 밀리며 가격 매력이 생겼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실적이 비반도체 업종의 개별 반등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후반으로 갈수록 업종별 반등 탄력은 더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도 변수다. 신규 상장 중단과 광고 금지는 즉시 시행되지만 예탁금 상향과 괴리율 관리 강화, 매매수량 단위 변경 등 주요 규제는 8월부터 순차 도입된다. 당장 이번 주부터 수급 변동성 부작용을 크게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전체 레버리지 자산 규모가 6월 말 16조원에서 현재 10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다. 자산 규모가 줄면 리밸런싱 충격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주 시장의 핵심은 레버리지 수급보다 반도체 업황 본연의 내러티브와 펀더멘털 회복 여부다. 밸류에이션 매력은 충분히 생겼고, 하방 지지력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적이 시장의 불안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