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방식도 디지털 전환 지원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소상공인 보호 효과 미미" 시장 룰, 현실 맞게 재설계해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외 배송 제한 등 오프라인 점포에만 적용되는 이중 규제가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유통 생태계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유통법이 제정된 2012년 34조1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20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실적 악화와 자금난 속에 최근 수년간 점포 수를 130여 개에서 110여 개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별 경영 실적과 별개로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기초체력이 고갈된 배경에 10년 넘게 유지된 낡은 규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주말 배송과 새벽배송을 무기로 영토를 넓히는 동안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 제한에 묶여 온라인 배송조차 제한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간 만큼 대형마트 규제 완화 요구도 현실적인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이 아닌 이커머스 기업으로 재편되었고, 유통 소비의 중심축이 배송 서비스로 이동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만 빗장을 걸어두는 규제는 시장 왜곡만 낳을 뿐이므로 규제 대상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통법 규제가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유지되면서 공정하지 못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의무휴업뿐 아니라 새벽 영업과 배송 규제까지 모두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대형마트만 규제를 받고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는 구조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그 혜택이 납품 공급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규제 유지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골목상권 보호 논리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묶는다고 해서 발길을 돌린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편리함이 검증된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를 억지로 유지하더라도 실제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실증적 한계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론의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규제 완화와 함께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하며 버틸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이커머스와 배달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를 푸는 동시에 소상공인의 플랫폼 입점과 디지털 전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생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은 시장이 아닌 앱으로 향한다"며 "소비자들이 대안이 없어 특정 플랫폼을 계속 쓰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준대형점포(SSM)가 가성비 상품을 판매하고 즉시배송(퀵커머스) 경쟁력을 키우면 대형 플랫폼의 독주를 견제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