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이란 전쟁에 중동 수주 43% 줄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체코 원전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부재까지 겹치며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미국과 동남아 등 신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243개 건설사의 상반기 해외 수주액은 11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10억달러)보다 60% 이상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일회성 대형 프로젝트 효과가 반영됐던 만큼 올해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산업설비 중심의 중소형 프로젝트 비중이 늘어난 점도 전체 수주 감소로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중동 시장 위축이 두드러졌다. 중동 건설 수주액은 같은 기간 22억4000만달러에서 12억7000만달러로 약 43% 줄었다.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발주처들이 대규모 투자를 보류하거나 사업 일정을 조정하면서 신규 발주가 감소했다.
중동발 수주 감소는 주요 건설사 실적에도 직격탄이 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5억8500만달러에서 8억5500만달러로 줄었고 삼성 E&A도 12억4600만달러 감소했다. 대우건설 역시 12억달러에서 9200만달러로 급감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7억3500만달러에서 35억140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며 북미·아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원전·신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같은 기간 20억9000만달러에서 19억3200만달러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으며 북미·태평양 지역은 27억3400만달러에서 72억4600만달러로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유럽과 동남아, 중동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카타르와 호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도 글로벌 파트너와 공동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역시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에너지 사업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건설은 하반기 미국 SMR 프로젝트와 마타도르 프로젝트, 파푸아뉴기니 LNG 플랜트 사업 등 주요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닌투언 원전 2호기 프로젝트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등 신규 사업 수주를 추진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베트남 흥옌성 끼엔장과 동나이성 년짝에서 추가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DL이앤씨와 GS건설 등은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행 상황과 현지 정세를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경우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 수주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중동 지역의 전쟁”이라며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 수급과 유가 변동성이 커졌고 이는 발주처의 투자 위축과 프로젝트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사태가 안정되고 대규모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내 건설사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