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씩 나눠주면 모두 부자?"…교실에서 펼쳐진 경제 실험

입력 2026-07-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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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양정중에서 체험형 경제·금융교육 공개 수업 진행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알을 화폐 삼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제·금융교육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알을 화폐 삼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제·금융교육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모든 사람에게 1억원씩 나눠주면 모두 부자가 될까요?”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김나영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교실이 술렁였다. “좋다”는 대답이 이어졌지만 곧이어 시작된 모의 경매는 학생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화폐는 검은색과 흰색 바둑알이었다. 검은 바둑알은 1000원, 흰 바둑알은 5000원의 가치를 갖는다. 모둠마다 임대소득과 투자소득, 근로소득 명목으로 지급된 바둑알의 개수는 달랐다. 예상보다 많은 바둑알을 받은 모둠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적게 받은 학생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뷔페 이용권, 자동차 등으로 구성된 ‘물품 꾸러미’를 두고 경매를 시작했다.

첫 번째 경매 낙찰가는 1만3000원이었다.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을 늘린 뒤 같은 물품으로 두 번째 경매를 진행하자 낙찰가는 3만3000원으로 뛰었다. 세 번째 경매에서는 무려 20만원에 낙찰됐다. 시장에 돈이 많아질수록 물건의 가격이 치솟는 모습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한 것이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알을 화폐 삼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제·금융교육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알을 화폐 삼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제·금융교육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김 교사는 이어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사례를 소개하고,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이론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먼저 몸으로 경험한 현상을 경제학 이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박은찬 군은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1억원씩 주면 정말 좋을 줄 알았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돈이 많아지면 물가도 오른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며 “초등학교 때도 경제를 배웠지만 지루했는데 오늘은 게임처럼 수업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욱 군은 “캔커피가 예전에는 9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1300원으로 올라 당황한 적이 있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용돈에는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이번 수업을 ‘경제 원리를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돈의 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직접 시장에 돈이 풀리는 상황을 경험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을 먼저 체험한 뒤 한국은행이 왜 기준금리를 조정하고 채권을 발행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험 중심 수업이 추상적인 경제 개념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환율과 금리의 관계를 교과서로만 배우면 어렵게 느끼지만 게임을 통해 먼저 경험하면 개념을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김나영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경제·금융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에서 김나영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경제·금융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학생들의 경제·금융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사는 “부모와 함께 투자에 관심을 갖거나 체크카드 앱의 모의투자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예전보다 경제에 관한 관심이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 경제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금융 관련 내용은 수업으로 2차시 정도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학교 경제교육도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들이 합리적인 경제·금융 의사결정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경제교육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5일 중등교사 45명을 대상으로 ‘2026 경제·금융교육 직무연수’를 운영했다. 이번 양정중 공개수업은 연수에서 공유한 수업 사례를 실제 교실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직무연수로 다진 교사의 전문성이 교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배움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학교와 교육청, 유관기관이 함께하는 경제·금융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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