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4년 전 '빅스텝'의 교훈

입력 2026-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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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년 전인 2022년 7월 13일. 이창용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첫 빅스텝이었다. 4월과 5월에 이은 세 차례 연속 인상 역시 1950년 한은 설립 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6%대로 치솟은 살인적인 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p 인상)에 밀려 턱밑까지 추격해 온 한미 금리차 속에서 이 총재가 쥘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2026년 7월, 신현송 총재 체제의 한은이 다시 한번 그 갈림길 앞에 섰다.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실제 인상이 단행되면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거론된다. 신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4년 전의 빅스텝만큼 충격적인 폭은 아닐지라도, 3년 반 넘게 이어온 동결 국면을 끝내는 통화정책의 대전환점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는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있다. 물가가 흔들리면 서민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환율이 불안하면 수입물가가 다시 오르며 인플레이션은 고착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후반에서 장기간 고공행진하며 '뉴노멀'로 굳어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앙은행이 당장 비난을 받거나 인기 없는 결정을 감수하면서도 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불러올 부작용과 그늘 역시 만만치 않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권 대출금리도 즉각 뒤따라 상승하면서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의 이자 독촉장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4년 전에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당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코픽스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를 넘었다. 금리 인상 폭탄은 고스란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자산을 늘렸던 가계의 목을 죄어왔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늘어 22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달 24일 낸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신용융자·신용미수 잔액이 39조4000억원, 레버리지 ETF 순자산이 35조4000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찍으며 '빚투' 규모가 75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은 한은이 마주한 가장 아픈 고민거리다. 금리 인상은 환율 안정과 물가 억제라는 약효를 낼 수 있지만, 소비와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을 한계치까지 흔드는 양날의 검이다.

결국 금리를 올리더라도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돕는 정교한 방파제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빅스텝 이후에도 정부는 다양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와 소상공인의 숨통을 조이지 않도록 정책 당국이 동시에 방파제를 쌓았던 셈이다.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되 안전판을 걷어내지는 않는 것, 그것이 2022년 빅스텝이 우리에게 남긴 진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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