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패권경쟁 속 다급해진 美 에너지정책

입력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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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다시 찾은 워싱턴 D.C.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달 전 개최된 한미에너지비즈니스포럼 참석이 계기였다. 에너지 분야의 양국 정부와 싱크탱크, 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10년 전 주미대사관에 근무하며 뛰어다녔던 미국 의회와 행정부 건물들도 다시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균형을 명분으로 관리무역의 막이 오르던 때였다.

이번 한미에너지비즈니스포럼에서 만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당국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인상은 현실적인 정책의 시급성과 절실함이었다. 경제 전반의 전기화와 AI 데이터센터 확대, 첨단기술 산업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에너지 정책의 유연성도 엿볼 수 있었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통상과 산업, 기술, 금융 등 전 영역으로 심화·확산되면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려는 미국의 입장도 더욱 절실해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포럼에서 만난 미국 카운트파트들은 과거보다 우리에게 훨씬 유연하고 적극적인 협력 의지와 태도를 보인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마도 중국과의 다층적인 패권경쟁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유력한 파트너로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듯하다.

한국 등과의 유연한 정책협력 강화

포럼에서 만난 미국 에너지부와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액손모빌을 비롯한 미국 에너지 기업들에서는 10년 전 워싱턴 D.C.에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논의할 당시 느꼈던 여유나 국제에너지 질서를 주도하는 도도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에너지저정장치(ESS), 탄소포집·저장(CCS), 수소 등 에너지 기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 시스템, 솔라팜 등 재생에너지와 전력망그리드 등 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려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온 성과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비교우위가 높아졌다는 시각보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경쟁 국면에서 정책적으로 더욱 다급하고 절실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AI와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만큼은 미국이 과거 다른 국가로부터 경험하지 못했던 위협을 중국으로부터 느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적 압박감과 절실함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LNG와 원전 시스템을 조속히 확보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와 ESS, 수소 등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전력원을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누구와도 파트너링하려는 모습이다.

국가 간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AI와 데이터 시스템, 첨단기술과 에너지 전력은 이제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생존의 어젠다가 되었다. 시장이 원하는 AI와 데이터 시스템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이를 바탕으로 첨단기술 산업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 미국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는 듯하다.

미래산업 뒷받침할 전력 확보가 목표

이제 미국은 달라졌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처절한 패권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에너지와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데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과의 에너지 협력과 파트너십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패권경쟁을 내세우거나 중국에 버금가는 국가적 위상을 지향할 필요도, 그럴 처지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시장과 글로벌 경쟁이 요구하는 기술과 시스템, 산업과 전력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시급성과 절실함, 그리고 유연성을 갖추어야 할 때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우리의 에너지 정책 대응도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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