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홍준형 칼럼] 메가프로젝트, 대승적으로 풀어야 한다

입력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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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결실 관건은 정부 지원 타이밍
야당은 정치적 의심에 어깃장 말고
與는 공소취소 재고해 협치 물꼬를

상상을 넘는 엄청난 수치, 사람들은 정신이 없다. 호남·충청·영남을 아우르는 국운을 건 대역사, 건국 이래 이렇게 크고 어려운 사업을 한꺼번에 시도한 적이 있었나 싶다.

참여기업으로서는 이 초대형 투자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등 기존의 수도권 프로젝트를 촉진할 획기적 계기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47년 완공 예정이던 용인 국가산단의 완공 시기를 7년 앞당기겠다고 확언한 것도 그 점을 시사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더 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압박감과 조바심도 대통령의 기대에 화답하게 만든 배경이었을 것이다. 넛지든, 행정지도든, 설득과 협상을 통한 구국의 도원결의든 대통령의 충정을 외면할 수는 없었을 터.

‘삼전닉스’ 등 기업들은 그런 배경과 동기 없이는 당장 돈 되기 어려운 일에 앞장서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숭고원대한 결단이라면 그들은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정부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담대한 투자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돈을 벌 수 있게 있는 힘을 다해 도와야 한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남은 임기 내에 이 대역사를 완수할 수 있을까, 아니 완수까지는 못 가더라도 프로젝트를 본궤도에 올리기만 해도 큰 일을 한 것인데 가능할까? 기틀을 다진 후 후임 정권에 넘겨도 될 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실은 정부의 시각이다. 기업에게는 정부가 철떡같이 보장한 조건들이 계획대로 적기에 이행될지, 언제부터 어떻게 결실을 볼지가 관심사일 것이다. 용수, 전력, 인력의 적기·안정적 공급, 행정규제 등 제도적 장애요인 해소, 교육·문화 정주 환경 조성 등 정부가 해 줘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타이밍이다. 연이은 메가프로젝트 캠페인에서 정부와 참여기업 총수들이 입을 모아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입지를 광주 군공항 부지로 정하고 ‘전력·용수·부지’ 문제의 일괄 해결을 공언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다.

메가프로젝트로 호남이 살고 지방이 소생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쾌거가 될 것이다. 이것 하나만 잘 실현해도 이재명 대통령은 열 흉이 묻힐 것이다. 야당은 늘 그랬듯 정치적 배후를 의심한다. 이 엄청난 일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게 심히 못마땅하지만 어쩔쏜가. 상황과 맥락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대승적으로 가야 한다.

만일 메가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모처럼 맞이한 도약의 계기를 놓치고 나라의 장래를 공황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야당의 선택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올림픽 유치를 저지하거나 실패하라고 굿판을 벌일 수 없는 것이나,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 경쟁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나서서 한화오션을 총력 지원한 데 대해 대놓고 저주를 걸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사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집권세력의 이념적 정체성에 잘 들어맞지 않는 정책이 여럿 들어 있다. 기저전력 확보를 위한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LNG) 열병합발전 증설, 용수문제 해결을 위한 댐 활용·증설, 사실상 재벌 특혜라고 해도 무방할 행정·재정적 지원책들이 줄줄이 발표되었다. 일각에서는 방만한 실용주의 변주를 고깝게 여기지만 그저 벼르고 있을 뿐이다. 또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기도 자칫 국익 저해 세력으로 비치는 것도 마땅치 않다. 이처럼 혼종성을 띤 국가정책들은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고 건설적 비판이나 비판적 침묵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종류의 범국가적 프로젝트에서 정부와 집권당이 정치적 프리미엄을 누리는 현실도 어쩔 수 없다. 야당이나 반대세력들이 그 속내와 상관없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대승적 반전과 역설적 결단을 요구받는 이유이다.

반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마라’는 식으로 앙앙불락, 쏴붙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의도나 실현가능성을 따지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언론, 학계의 목소리는 물론 어깃장을 놓는 야당 등의 반대의견조차 경청하고 대승적·초당적 협력을 구하는, 겸허하고 진중한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여야 간 국론분열의 진원이 된 공소취소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물론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당사자의 시선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임기 중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다면 막혔던 초당적 협력, 협치의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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