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조건 맞으면 美 팹도 가능"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약 40조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시설 구축을 본격화하고 미국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첫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공모가(149달러)보다 13.1% 오른 168.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170달러였으며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오르며 AI 메모리 시장 성장성과 기업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ADR이 공모가보다 13%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국내 주가를 기준으로 공모가가 할인돼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마감 가격인 168.49달러는 한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최근 3거래일 평균 주가에 약 2.7%의 프리미엄을 반영한 수준으로, 공모가보다 약 13.1% 높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은 이날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했다. 곽 사장은 기념사에서 "AI는 어디에나 있을 것이고 AI가 가는 곳마다 SK하이닉스도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은 AI의 중심이며 AI 혁신을 이끄는 고객과 생태계를 만드는 파트너, 산업을 이끄는 인재가 모두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으로 SK하이닉스는 총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미국 투자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미국 뉴욕 나스닥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ADR 상장 행사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메모리 팹은 대규모 전력과 용수, 부지가 필요한데 조건에 맞는 곳이라면 미국이든 어디든 상관하지 않겠다"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한국에 최대한 투자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국내 투자를 축소해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R&D도 강화한다. 최 회장은 "메모리 엔지니어뿐 아니라 AI 전문가들이 훨씬 더 필요하다"며 미국 기반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시스템과 메모리 기술의 결합이 중요해지는 만큼 현지 고객 및 생태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나스닥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대규모 AI 메모리 투자를 뒷받침할 장기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증권계좌 개설이나 환전 없이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투자자 기반도 한층 확대됐다.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진단하며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 사장도 "공급 측면에서 내년은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수 있다"며 "2030년 이후에도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나스닥 상장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