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법정통화 지급 원칙 충돌 논란…경제학적 실효성도 도마

10일 국회에 따르면 박 의원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최근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대기업 성과급 규모가 커진 만큼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지역 상권으로 소비가 유입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 비중이 높은 점도 법안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성과급'으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박 의원은 "기업의 이윤과 성과급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법 전문가들은 성과급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임금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금은 법정통화로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용처와 사용 지역이 제한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엄밀히 말해 화폐가 아니라 상품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LO 제95호 임금보호협약을 언급하며 "금전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법정통화로 지급돼야 하며, 바우처나 쿠폰 등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 방식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용자가 노동자의 임금 처분의 자유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적 논란도 제기된다.
김공회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SNS를 통해 "현금 대신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려면 일정한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 지역과 가맹점이 제한되고 유효기간도 존재하는 만큼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보다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상품권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며 "결국 회사가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근로자가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임금 지급 방식까지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하나의 정책수단에 소비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임금 지급 기능까지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