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아타운 취소돼도 고시 의무 없다…외지 수요자는 '깜깜이'

입력 2026-07-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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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자양2동 무산이 남긴 세 가지 경고
①제도적 맹점: 사업 무산돼도 공식 안내 없어…거래 판단 왜곡 우려
②구조적 한계: 소규모 단위로 쪼개져 이해관계 복잡…이주대책 미흡
③시장의 과열: 서울 집값 폭등에 '공부 없는 소액 투자' 묻지마 진입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원 조합설립 추진위 사무소의 모습. (이세령 기자 iselyeong@)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원 조합설립 추진위 사무소의 모습. (이세령 기자 iselyeong@)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자양2동 681번지 일대 모아타운 전 구역 해제는 서울시가 조기 주택 공급을 위해 도입한 '모아타운'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과 현재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과열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문가들과 현장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취소 사실 알릴 절차 없어…시장에 낡은 정보 방치

가장 큰 제도적 맹점은 모아타운 대상지 지정이 취소되거나 철회되더라도 지자체가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 고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모아타운은 노후 저층주거지를 그룹으로 묶어 정비하는 소규모 모델로, 대규모 재개발과 달리 대상지 공모·신청 이후 관리계획 승인 고시 전 단계에서 사업이 철회될 경우 별도의 공식 고지 절차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주민 의견에 의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추진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나 여건 변화로 조정이 안 되면 철회되는 구조"라며 "최종 구역 지정이 결정된 사항이 아니고 대상지 상태에서 진행되던 과정이었기 때문에 구청이나 시에서 별도로 고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시 공백은 시장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의 온라인 매물 정보에는 자양동 일대 전 구역 해제가 결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자양2동 조합설립인가 임박', '서울시 통합심의 통과' 등의 홍보 문구가 수정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사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외지 실수요자들이 이 같은 정보만 믿고 잘못된 거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구역 내 소규모 수십 개로 파편화…이해관계 쪼개지며 갈등 극대화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대. 모아타운 취소에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됐다. (이세령 기자 iselyeong@)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대. 모아타운 취소에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됐다. (이세령 기자 iselyeong@)

모아타운 특유의 구조적 한계인 '소규모 사업단위의 파편화'도 사업 무산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재개발은 면적이 넓어도 통상 하나의 조합이 추진한다. 하지만 모아타운은 한 구역 안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 단위인 A·B·C 등으로 조합이 잘게 쪼개져 추진된다.

자양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업자 A 씨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같은 대규모 재개발은 조합이 4곳에 불과하지만, 모아타운은 구역 안에서 조합이 또 분화된다”며 “안 그래도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조합이 세분화돼 있어 이견 조율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B씨는 "특정 소구역은 대형 평형을 배정받고, 다른 소구역은 중소형 위주로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 간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안팎에 불과한 이주비 대출 탓에 기존 단독·다가구 소유주들이 주변에 대체 거주지를 구하기 턱없이 부족했던 점도 갈등을 키웠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충분한 검토 없이 빌라 매수 수요 유입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대. (이세령 기자 iselyeong@)
▲8일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대. (이세령 기자 iselyeong@)

제도적·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모아타운 시장으로 매수 수요를 끌어들인 것은 서울 아파트값 급등과 높아진 내 집 마련 문턱이다. 아파트 매수가 어려워진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인 2억~5억원대로 접근할 수 있는 초기 단계의 빌라 정비사업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과 추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빌라를 사들이는 '묻지마 매수'가 적지 않다.

A 씨는 "최근 자양동 내 일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매물 가격이 뛰자 모아타운 주민들도 덩달아 기대감이 부풀어 속도를 늦추자는 주장이 나왔다"며 "지주택과 모아타운은 사업 성질이 아예 다르다는 점을 주민들이 인지하지 못해 결국 공멸로 이어진 셈"이라고 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최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나 지방 투자자들이 증여 및 투자 목적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컨설팅 업체나 지자체 주변에서 과장된 정보나 낙관적인 전망을 유포하며 매수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아타운 대상지 지정은 사업의 극초기 단계일 뿐이므로 제대로 된 공부와 분석 없이 진입하기보다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조합설립 이후나 최소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접어든 안정적인 구역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자양2동 사례처럼 모아타운 지정 후 해제된 이력이 있는 경우 수요자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해제가 곧 사업 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향후 재지정 가능성도 있지만, 수요자가 사업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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