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 안전망과 성장 동력 훼손 우려”
박홍근 “한정된 재원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했다. 교육부는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강조한 반면 기획예산처는 현행 내국세 연동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비롯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 유재준 서울대 교수, 강대중 서울대 교수,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핵심 쟁점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는 현행 교육교부금 구조를 유지할지 여부다. 올해 교육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편성됐다. 초과 세수까지 반영하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학령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행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 장관은 교부금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삭감 중심의 접근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합리적인 재정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교육부는 동의한다”면서도 “최근 논의가 단순히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단순한 지출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교육재정 개편은 단순한 예산 삭감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자원을 어떻게 가장 지혜롭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 혁신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장관은 현행 내국세 연동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 새로운 교육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중등 분야의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영유아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교육 분야 전체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20.79%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내국세 형편에 따라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육교부금의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이고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은 없는지 함께 짚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정 교육감은 법정 교부율 20.79%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는 공교육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초·중등 교육재정의 재배분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반대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교육 현장, 학부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교육재정 개편 공론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교부금 제도가 도입된 1972년 6~17세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었지만 현재는 5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세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재원을 자동 배분하는 것이 국가 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세 연동 방식은 세수 변동에 따라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오히려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책 환경과 목표, 국가 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해 시대적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학생 수 감소가 교육 수요 감소와 같은 개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학교는 과거처럼 가르치는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돌봄, 복지, 학생 정서 지원, 안전 관리까지 역할이 확대됐다”며 “학생 수 감소만으로 재정 축소의 논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부금 제도는 단순한 재정 배분 방식이 아니라 공교육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책임 재정”이라며 “내국세 연동률을 유지한 상황에서 급격한 증가나 감소 폭이 생겼을 때 조정하거나 보정하는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교육 현장과 소통하며 교부금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