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톡!] 10조원 상속에 세금 5.7조원, 상속세 제도는 정당한가

입력 2026-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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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신입사원 강회장’의 유언공증이 공개되었다. 막내딸 강방글 씨가 상장주식 8조원, 비상장주식 1조원, 부동산 1조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그룹 재산을 ‘단독’으로 승계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세법상 평가를 거친 후의 재산가액은 1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최종 상속세 추산액은 무려 5조722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분명 50%인데, 어떻게 재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세금으로 찍힌 걸까?

당초 10조원이었던 재산이 11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주범은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다. 세법은 대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에 기업 지배권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주식 평가액에 일률적으로 20%를 무조건 더 얹는다. 결국 원래 8조원이던 상장주식은 9조6000억원이 되고, 1조원이던 비상장주식은 1조 2000억원으로 부풀려진다. 부동산(1조원)을 더해 총상속재산이 순식간에 11조8000억원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여기에 단독 상속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공제의 한계도 한몫했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실제 상속받은 재산이 없으므로 배우자 상속공제는 법정 최소 한도인 5억원만 적용되며, 기본 일괄공제 5억원을 합쳐 총상속공제는 10억 원에 그친다. 게다가 대주주 주식이라는 이유로 금융재산 상속공제(2억원 한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결국 상속재산에서 고작 10억원만 빠진 과세표준 11조7990억원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서, 약 5조72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 고지서가 도출된 것이다.

세무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현행 상속세 제도는 이처럼 시장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으며, 세 가지 관점에서 시급한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물납 제도’의 모순이다. 현행법상 상장주식 같은 금융재산 가액이 총 세액보다 많으면, 부동산 등으로 세금을 대신 내는 물납이 불가능하다. 결국 세금을 현금으로 내기 위해 강방글 씨는 상장주식의 70% 이상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주가 폭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이 떠안게 되며, 지분이 찢긴 틈을 타 해외 투기 자본에 경영권을 위협받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가업상속공제’의 명칭 변경과 대상 확대가 시급하다. 가업상속공제는 대기업을 철저히 배제하여, 거대 기업들이 승계 시 구조적 유동성 위기를 맞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민적 정서인 ‘부의 대물림’이라는 오해를 깨기 위해 제도의 명칭을 ‘고용 및 사업유지 상속공제’로 바꾸어야 한다. 기업의 영속은 특정 가문의 이익을 넘어, 수많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고 국가 세원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셋째, 비상장주식에 대한 획일적인 할증은 부당하다. 당장 현금화할 거래 시장조차 없는 비상장주식에 실현되지도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물려 20%를 추가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게 징벌적이다. 경영권 가치는 추후 실제로 주식을 양도할 때 매각대금에 자연스럽게 포함될 것이므로, 상속세를 과세할 때만큼은 할증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드라마 속 사례는 결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과도하고 경직된 상속세 제도가 기업의 영속성을 끊고 국가 경제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상속세를 ‘징벌’이 아닌 ‘경제 지속의 열쇠’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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