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역습⋯韓기업 수출에 부담, 물가는 일부 완충 [아시아 환율 비상]

입력 2026-06-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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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62엔 육박⋯1986년 후 최저 수준
일본은행 "필요할 경우 언제든 대응"
로이터 “美금리 따라 엔저 지속될 수도”

▲AI 편집 이미지=Chat GPT
▲AI 편집 이미지=Chat GPT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저점권으로 밀리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한국 기업의 수출 시장 경쟁력 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일본산 부품과 장비를 들여오는 기업에는 일부 원가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 엔저가 우리 경제에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안기는 ‘양날의 환율 변수’인 셈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최근 달러당 162엔에 육박하며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 움직임에 따라 필요할 경우 언제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구두 개입을 넘어 실제 시장 개입 가능성까지 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수출 경쟁력 약화다. 자동차와 철강·기계·석유화학·조선 기자재·전자 부품 등은 일본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맞붙는 대표 업종이다. 엔화가 약해지면 일본 기업은 같은 달러 가격으로 제품을 팔아도 엔화 기준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다. 그만큼 가격을 낮춰도 버틸 여력이 커진다.

엔저가 길어질수록 일본 기업의 체력도 달라진다. 약한 엔화는 일본 수출 기업의 엔화 기준 이익을 키운다. 일본 기업은 늘어난 현금 여력을 연구·개발, 설비 투자, 해외 마케팅, 가격 인하에 쓸 수 있다. 이는 한국 제조업에는 중장기 경쟁 부담이다. 단기에는 환율 차이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자 여력과 기술 경쟁력의 차이로 번질 수 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은 엔저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 수출의 중심에는 반도체,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메모리 반도체가 존재한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6월 수출은 AI 투자 붐에 따른 반도체 출하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6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6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88.4%나 급증했고, 전체 수출의 41.2%를 차지했다. 엔저와 무관하게 반도체 호황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엔저의 충격은 한국 수출 전체보다는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제조업 일부에 더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범용 제조업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AI 반도체에는 비교적 제한적인 변수라는 뜻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저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화와 원화,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를 하나의 위험 자산군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엔화가 급락하면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달러 강세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겹치면 외국인 자금 흐름도 흔들린다. 한국 정부가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이 경제 기초 체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수입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들여오는 정밀기계와 부품·소재·장비 가격은 원화 기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자동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일본산 장비와 소재를 사들이는 기업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우리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일본산 수입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전체 수입 물가를 좌우하는 품목은 원유와 가스, 곡물처럼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다. 엔저가 일부 장비와 소비재 가격을 낮출 수는 있어도 국내 물가 전반을 크게 끌어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엔화 급락이 원화 약세를 자극하면 수입 물가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결국 엔저로 인해 한국 산업계는 분야별 득실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야 하지만, 일각에선 일본 수입 원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수출은 엔저 부담에도 AI 반도체 출하 급증이라는 강한 방어막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6월 수출 증가율은 61.0%로 예상됐고, 반도체 수출은 6월 1~20일 기준 전년 대비 188.4%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의 견조한 성장과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달러를 떠받치면서 엔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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