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대통령 해임권 확대 판결⋯연준 독립성은 인정

입력 2026-06-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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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TC 위원 해임 조치 지지
쿡 연준 이사 해임에는 제동
독립기관 20여 곳 영향 미칠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 조치를 지지하는 등 대통령의 정부 통제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해임에는 제동을 거는 등 연준의 독립성을 인정했다.

29일(현지시간) APㆍ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레베카 켈리 슬로터 FTC 위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을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적합하다고 판결, FTC 위원의 임기 보호 조항을 무효로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슬로터 FTC 위원을 해임했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슬로터는 트럼프가 2025년 3월 소비자 보호 및 반독점 기관인 FTC에서 해임하려 한 민주당 소속 FTC 위원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슬로터의 임기는 2029년까지였다.

의회가 1914년 통과시킨 독립기관 인사 임기 보호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FTC 위원을 해임할 수 있는 사유를 비효율, 직무 태만, 직권 남용 등으로 제한했으며, 정책 차이를 이유로 한 해임은 허용하지 않았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ㆍ실적제도보호위원회(MSPB)를 포함한 20개가 넘는 다른 독립기관의 공직자들에게도 유사한 보호 장치가 적용된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FTC의 정당한 사유에 따른 해임 제한 조항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썼다. 이어 그는 “현재 형태의 FTC는 우리 경제 거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약 80개의 법률을 집행하고 운영한다”며 “FTC가 수행하는 업무는 ‘법 집행의 본질’ 그 자체이며, 이는 정확히 대통령의 헌법상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하급자는 대통령의 해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견제와 균형 체계의 일부로 행정부ㆍ입법부ㆍ사법부라는 3부 사이에 권력분립 원칙에 기초한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FTC 위원을 해임하려 했던 것을 제한했던 1935년 ‘험프리 집행인 대 미국(Humphrey's Executor v. United States)’ 판례를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FTC가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에 명확히 속하는 업무라기보다 입법 및 사법 기능에 더 가까운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FTC 위원 해임을 제한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결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의 FTC가 해당 판결 이후 수십 년 동안 상당한 행정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 판결의 효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는 “슬로터 사건은 대법원이 주요 판례 중 하나를 뒤집은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면서 “예컨대 대법원은 2022년 여성의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고, 2024년에는 정부기관이 자신들이 집행하는 법률을 해석할 때 법원이 이를 존중하도록 한 1984년 판례를 폐기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을 “큰 승리”라며 환영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이 결정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여러 미국 대통령이 오랫동안 원해온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려진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법원은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쿡 연준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대통령이 연준 인사를 임의로 해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의 전신 기관들의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연준 이사들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직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가 엇갈리는 14년 임기를 보장받으며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민을 불확실성 속에 방치하거나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모기지 사기 의혹을 이유로 연준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인 쿡을 해임하려 했다. 트럼프 이전에는 어떤 대통령도 연준 인사를 해임하려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해당 의혹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쿡은 이를 통화정책을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에 자신을 축출하려는 구실이라고 반박했다.

연준 이사인 쿡은 7명의 연준 이사회 구성원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과 함께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그의 임기는 2038년까지이며,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임명했다.

쿡 이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연준이 정치적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쿡 이사의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 자체의 진위를 판단한 것은 아니며, 사건은 다시 하급심으로 돌아가 심리가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는 동안 하급심 절차는 중단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에 대한 조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쿡 소송은 연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적격성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대법원은 순전히 절차적인 이유로 사건을 돌려보냈다”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미국의 복지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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