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마이마이] 자려고 누웠는데 아련한⋯

입력 2026-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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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명곡 중에는 하이라이트를 허밍으로 장식하는 노래가 적지 않다. 멀리 가면 비틀즈의 ‘헤이 주드’가 있다. 비틀즈가 활동했을 때는 이 노래가 라이브로 연주된 적 없지만,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폴 매카트니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왔다. 2008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전 세계 선수단이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주드’를 반복해서 합창했다.

그의 내한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끝나고도 관객의 합창이 멈추지 않자, 다음 곡을 준비하던 폴 매카트니가 잠시 멈추고 감격어린 표정으로 객석을 바라봤을 정도다.

좀 더 가까이 오면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가 있다. 2008년 발표, 그들에게 첫 빌보드 넘버 원의 영광을 안겨준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콜드플레이 공연의 백미를 장식하고 있다. 그 해 여름, 나는 일본에서 그들의 공연을 봤다. 한국 관객들과 달리 일본 관객은 ‘떼창’과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모두가 따라 불렀다. 그만큼 듣는 이에게 고양감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두 번의 한국 공연에선 말할 것도 없었다.

허밍의 힘은 무엇일까. 가사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다는 거다. 단, 전제가 필요하다. 가사 없이도 멜로디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복잡한 멜로디여도 안된다. 몇 개의 음만으로도 몇 소절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기똥찬’ 멜로디여야 한다. 그래야 처음 듣는 사람도 함께 할 수 있으니까. ‘헤이 주드’와 ‘비바 라 비다’의 허밍이 그렇듯 말이다. 그만큼 훌륭한 멜로디는 굳이 메시지와 서사를 담아낼 필요가 없다. 인류가 우연히 음계를 창시하고 부족 안에서 퍼졌을 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새삼 허밍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아이오아이의 ‘갑자기’를 듣고 나서다. 10년 전, 최초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했던 아이오아이의 인기는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당시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오아이 활동 기간과 관련한 계약을 너무 짧게 잡아놨다고 상부에서 질책당했다고 한다. 애초에 시한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데뷔부터 아쉬움을 안고 시작했던 덕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짧고 굵었던 아이오아이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재결성해서 내놓은 ‘갑자기’는 일반적 K팝과는 다른 공식을 가진 노래다. 트렌디하지도 않고, 화려한 비트도 없다. 칼군무와 고음 파트도 없다. 미드 템포에 단순한 멜로디의 노래다. 전소미가 10년 전 자신들에게 열광했던 팬들을 생각하며 쓴 가사에 딱 맞는 멜로디다.

‘갑자기’의 백미는 후반부의 허밍이다. 노래의 메인 테마를 허밍으로 반복한다. 멤버들의 합창에 맞춰 가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던 멤버들이 중심에 선다. 센터와 메인 보컬, 서브 보컬 같은 구분이 사라진다. 그들을 그리워했던 팬들의 마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열도 흩어져간다. 이 허밍의 바다 속에서 그들은 오직 아이오아이로 존재할 뿐이다. 10년의 그리움을 담은 허밍이자, 가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담은 멜로디의 잔물결이다.

전소미가 마지막 파트에 가사를 넣지 않은 이유 또한 10년간 쌓여 추억이 된 기억을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허밍으로 채운 노래가 모두 명곡은 아니다. ‘갑자기’가 명곡인지 아닌지도 나는 판단할 재량이 없다. 하나는 말할 수 있다. 이 허밍은 오랫동안 들리고 또한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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