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챌린지 유행인데⋯알고 보니 'AI' 노래였다?! [솔드아웃]

입력 2026-06-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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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요즘 숏폼을 넘기다 보면 유독 자주 들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중독적인 비트와 멜로디,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맞물리면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를 가리지 않고 챌린지로 확산 중인 곡인데요. M.사스케(M.Sasuke)의 'GG EZ'입니다.

이 곡은 최근 크리에이터들은 물론 아이돌 그룹의 챌린지 영상에도 사용되며 빠르게 퍼졌습니다. 숏폼에서 이런 현상은 낯설지 않습니다. 누군가 안무를 짜서 영상을 게재하면 다른 사람이 이를 따라 하면서 챌린지로 번지곤 하는데요. 알고리즘을 통하면 국경도 막론하고 인기를 끌 수 있죠. 과거 인기를 끌던 곡이 재소환되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명곡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GG EZ'의 경우 관심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 곡의 아티스트와 제작 방식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중독적인 사운드 뒤에는 요즘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출처=NCT 위시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NCT 위시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BTS 정국까지…'GG EZ' 챌린지 참여해볼까

'GG EZ'는 최근 숏폼 플랫폼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챌린지 음원 중 하나입니다. 빠른 템포의 비트와 귀에 쉽게 꽂히는 멜로디, 짧은 구간 안에서 완성되는 안무가 맞물리면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 챌린지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죠.

특히 아이돌과 크리에이터들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습니다. 그룹 NCT 위시의 시온과 리쿠, 라이즈 쇼타로, 투어스 경민, 있지 예지, 넥스지 하루, 엔하이픈 선우, 앤팀 니콜라스, 에반, 클로즈 유어 아이즈 켄신, 제로베이스원 박건욱, 82메이저 김도균, 앤더블 김규빈 등이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 정국까지 '끝판왕'으로 참여했는데요. 'GG EZ'의 아티스트 M.사스케는 정국의 챌린지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 왕관과 눈물 이모지를 덧붙여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숏폼 플랫폼에서 음악이 유행하는 방식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가수와 곡이 인기를 끈 후 후렴구나 포인트 안무가 퍼졌다면, 이제는 반대의 경우도 흔하죠. 이용자들은 노래 제목을 모른 채 15초 안팎의 짧은 사운드를 먼저 접하고, 이후 댓글이나 검색을 통해 곡명과 아티스트를 찾아 나섭니다. 'GG EZ' 역시 처음에는 하나의 챌린지 사운드처럼 소비됐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제작 방식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GG EZ'를 부른 아티스트 M.사스케는 유튜브 채널 소개와 영상 설명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 제작에 AI를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사와 곡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직접 작업한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죠.

눈여겨볼 지점은 AI 음악이 대중에게 닿는 방식입니다. 생성형 AI 음악이 처음 주목받던 시기에는 기술적 완성도와 구현 가능성 자체가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멜로디와 가사, 보컬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가 먼저 부각됐죠. 이때 음악은 독립적인 감상 대상이라기보다 기술의 결과물, 혹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례처럼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GG EZ'는 AI 활용 여부가 알려지기 전에 먼저 챌린지를 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달 27일 발매된 이 노래는 26일 기준 스포티파이에서 82만 회 이상의 재생 수를 기록하고 있죠. 이는 AI 음악이 더 이상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특수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GG EZ' 붐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노래가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럽게 소비하던 챌린지 음원의 뒤편에서 AI 활용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AI 창작물이 이미 일상적인 콘텐츠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죠.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AI에 익숙한 세대…그래서 더 '따진다'

AI는 이미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사진 보정 필터, AI 커버곡,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스타일링 제안까지 디지털 소비의 많은 과정에 AI가 개입하고 있죠.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낯섦도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말이 곧 무조건적인 수용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창작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결과물이 기존 창작자의 개성과 노동을 침범하진 않았는지 더 민감하게 따지는 모습도 함께 나타납니다. 기술을 멀리서 바라보는 세대가 아니라 직접 쓰고 구분해본 세대이기 때문에, AI의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체감하는 양상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생성형 AI 활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독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제작사는 창작 공정이 아닌 후보정 단계에서 AI를 활용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독자들은 화풍의 어색함과 창작 윤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AI 사용 여부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진 사례입니다.

출판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소설가 김연수와 AI가 공동 작성한 주제글을 공개했다가 갑론을박이 이어졌고요. 해외에서는 미아 발라드의 호러 소설 '샤이 걸(Shy Girl)'이 AI 사용 의혹 속에 출간 취소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AI가 문장을 보조하는 도구인지, 창작자의 문체와 사고를 대체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음악 분야에서는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를 AI로 모사한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곡은 숏폼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빠르게 퍼졌지만, 동의 없는 음성 복제 논란 속에 주요 플랫폼에서 삭제됐습니다.

웹툰이나 소설, 일러스트, 음악처럼 창작자의 개성과 저작권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AI 활용을 바라보는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는 모습입니다. 팬들이 작품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결과물의 완성도만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작가가 쌓아온 그림체와 문장, 세계관, 가수가 가진 목소리와 서사까지 함께 소비하곤 하죠. 이때 AI가 그 고유한 흔적을 대체하거나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인식이 생기면 거부감은 빠르게 커집니다.

이에 AI 창작물에 대한 잘파세대의 기준은 AI 사용 여부 자체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가'에 가깝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에서는 AI를 놀이처럼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애정을 쏟는 창작물에서는 인간 창작자의 흔적을 요구하죠. AI에 익숙한 세대라서 더 쉽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AI가 넘지 말아야 할 선도 더 날카롭게 따지는 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패션·뷰티도 예외 아니다…'진짜 얼굴'을 찾아서

이 같은 흐름은 패션·뷰티 영역에서도 확인됩니다. 사진 보정 앱 메이투, 스노우 등은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의 AI 기반 상품 추천, 피부 상태 분석, 가상 메이크업 체험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기술도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로레알그룹은 오픈AI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메이블린 뉴욕은 로레알의 증강현실(AR) 뷰티 기술 '모디페이스(ModiFace)'를 기반으로 챗GPT 내 메이크업 가상 체험 기능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로레알은 오픈AI의 생명과학 특화 추론 모델 'GPT-로잘린드'를 활용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고, 차세대 스킨케어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죠.

문제는 AI가 사람의 몸과 얼굴을 대체하기 시작할 때 불거집니다. 패션 광고와 화보, 뷰티 캠페인에서 모델의 얼굴과 몸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피부색, 체형, 나이, 표정, 분위기까지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연결되는데요. 이에 AI가 만들어낸 모델이 실제 사람처럼 등장할 때 소비자들은 진정성과 투명성을 먼저 묻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리바이스는 AI 기업과 협업해 제품 이미지에 AI 생성 모델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브랜드는 다양한 체형과 인종, 연령대의 모델 이미지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다양한 모델을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죠. 다양성을 말하면서 정작 실제 사람의 자리를 AI로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앞서 H&M의 '디지털 트윈' 모델 계획도 비슷한 논의를 촉발했니다. 다만 H&M은 실제 모델의 동의를 받아 AI 이미지용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고, 모델이 자신의 디지털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식을 내세웠습니다. 동의와 보상 구조를 갖추려는 시도였지만, 동시에 촬영 현장의 모델,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인간 노동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죠.

반대로 AI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 브랜드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도브는 2024년 '리얼 뷰티' 캠페인 20주년을 맞아 광고에서 AI로 여성을 만들거나 왜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생성형 AI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라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입니다. 기술이 완벽한 얼굴을 만들어낼수록, 오히려 실제 얼굴과 몸을 보여주겠다는 선택이 차별화된 가치가 된 셈이죠.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기준은 AI 사용 여부 자체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의 얼굴과 몸, 창작자의 감각과 노동을 대신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특히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잘파세대일수록 '이게 진짜 사람인가', 'AI를 썼다면 어디까지 썼나', '그 사실을 제대로 알렸나'를 더 세밀하게 따지는 모습입니다.

AI가 콘텐츠와 이미지를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진짜'의 가치는 오히려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만들고, 실제 사람이 등장하고, 인간적인 결점과 질감이 남아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신뢰의 기준이 되고 있죠. AI는 생산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또 다른 프리미엄으로 부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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