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아리온 스멧, 로템은 HR-셰르파 앞세워 맞대결
전문가 “여러 플랫폼 운용 데이터 쌓아야 국가적 시너지”

드론전 확산은 방산업체뿐 아니라 군 조달 방식에도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맞붙고 있는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향후 우리 군의 유·무인복합체계(MUM-T)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현재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 입찰 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내달 중 기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전투 현장에서 병력 대신 탄약·물자 수송, 감시·정찰, 부상자 후송 등을 수행하는 무인 플랫폼이다. 향후 전차·장갑차·드론·지휘통제체계와 연동되는 유·무인복합체계의 기반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업은 2016년 한화디펜스의 지능형 다목적무인차량 군 시범운용을 시작으로 추진됐다. 이후 신속시범획득 사업을 거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 스멧’과 현대로템의 ‘HR-셰르파’ 간 경쟁 구도로 굳어졌다.
양사는 사업의 상징성을 의식해 신속시범획득 사업 당시 0원을 투찰할 정도로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당시 현대로템이 사업을 수주해 육군 전투 적합성 판정을 받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후 미국 해외비교시험(FCT)을 수행하며 자체 플랫폼 성능을 부각했다. 그러나 본사업 단계에서는 평가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현재 양사는 성능평가를 모두 마쳤고, 방사청은 가격 투찰 등을 포함한 종합평가를 거쳐 최종 기종을 결정하게 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한화·로템 간 수주전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차와 자주포처럼 요구 성능과 운용 개념이 명확한 무기체계는 경쟁입찰 방식이 가능하지만, AI·유무인 복합체계처럼 아직 운용 개념이 굳어지지 않은 분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방산업체 고위 관계자는 “기존 무기체계는 경쟁을 통해 확보하는 게 맞지만, AI·유무인 복합처럼 아직 소요가 확정되지 않은 분야는 국가적 시너지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여러 회사의 장비를 군이 먼저 써보고 장단점을 확인한 뒤, 2030년 이후 최적 체계를 정하는 방식이 맞다”며 “한 업체가 이겼다고 해서 나머지 업체의 기술을 배제하면 국가적으로도 반쪽짜리 유·무인 복합체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군이 여러 회사의 무인차량, 대드론 체계, 지휘통제 솔루션을 먼저 써보고 장단점과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합 표준을 정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계를 짜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전문가는 “결국 K방산 2라운드의 경쟁력은 기업별 수주전뿐 아니라 정부와 군이 얼마나 유연한 실험·통합 조달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정부도 기존 방산 조달 체계만으로는 신안보 영역을 키우기 어렵다는 데에 공감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미국의 팔란티어·앤두릴·스페이스X, 독일의 헬싱 등을 거론하며 기존 방산기업 바깥에서 전쟁 방식을 바꾸는 혁신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심이 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국방획득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