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ㆍ장영근의 우주 속으로] ‘민군 겸용 우주인프라’ 선제 구축을

입력 2026-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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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역량에 수요 더해 산업 활성화
사이버보안 책임 불투명 우려도 커
국제규범·협력 통해 충돌 방지해야

우주는 더 이상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신, 항법, 기상 관측, 금융 거래까지 일상생활의 핵심 기능이 위성 인프라에 의존하는 시대다. 동시에 우주는 안보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민군 겸용화(dual-use)’는 우주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의 기술과 인프라가 민간과 군사 양쪽에서 활용되는 구조는 효율성과 혁신을 촉진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합적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민군 겸용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다. 위성 발사체, 통신 네트워크, 지구관측시스템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다. 이를 민간과 군이 함께 활용하면 투자 부담을 분산시키고 기술 발전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 실제로 저궤도 위성군은 상업적 인터넷 서비스와 동시에 군사적 정보·감시·정찰 기능을 수행하며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과 군의 전략적 수요가 결합하면서 우주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은 동시에 취약성도 확대한다. 민간 인프라가 군사적 목적에도 활용되는 순간에 해당 시스템은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된다. 예컨대 상업용 통신위성이 군사 작전에 활용될 경우 상대국은 이를 정당한 군사 목표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민간서비스의 중단, 경제적 피해, 심지어는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우주 공간의 ‘비무장화’라는 이상은 점점 현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도 리스크는 크다. 우주 인프라는 지상국,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공격자는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민간시스템을 통해 전체 우주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위성제어시스템이나 데이터링크가 해킹될 경우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물리적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민군 경계가 흐려질수록 책임 소재와 대응 체계도 불명확해진다.

또 다른 문제는 규범과 법적 틀의 미비다. 현재 국제 우주법은 냉전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오늘날의 민군 융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상업위성이 군사적 역할을 수행할 때 그 법적 지위는 무엇인지, 공격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 이는 오판과 충돌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우주 공간에서의 작은 사건이 지상에서의 갈등으로 확산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민군협력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어떤 인프라가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공개 수준을 설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사이버 보안과 복원력을 핵심 설계 요소로 삼아야 한다. 단일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중 경로와 백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국제적 규범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주 공간에서의 책임 있는 행동 기준을 마련하고 민간 인프라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국가 간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민군 겸용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리스크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우주 인프라의 이중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우주는 협력의 공간 또는 갈등의 전장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과제는 우주 인프라를 단순히 ‘더 많이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민군 겸용 구조를 전제로 한 회복력 있는 운용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한국 우주전략의 방향은 명확해야 한다. 우주를 산업 성장의 플랫폼이자 안보 기반으로 육성하되 민간 인프라가 군사적 긴장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을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은 ‘우주자산의 보유국’을 넘어 위기에도 기능을 유지하는 ‘우주 인프라 운영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군 겸용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중성을 위험으로 방치하지 않고 산업, 안보, 외교를 연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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