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스마트팜, 시설보다 사람 투자가 우선

입력 2026-06-25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스마트팜은 이제 농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대표적 키워드가 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스마트팜을 미래 농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청년농 육성, 농업 경쟁력 강화, 노동력 부족 해결 등 다양한 기대도 뒤따른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은 기대와 다소 다르다. 스마트팜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장비 성능이나 기술적 한계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농업인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스마트팜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있다.

스마트팜은 단순히 자동화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아니다. 센서와 환경제어 시스템, 데이터 분석, 원격 관리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농촌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농업인들이 많지만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통해 수억원 규모의 시설을 구축했음에도 자동제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수동으로 관리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시설은 최첨단이지만 운영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장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부족한 결과다.

문제는 정책의 초점이 설치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팜 지원사업은 시설 구축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업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설치 이후의 과정이다. 작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와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현장 중심의 교육과 기술 지원이다.

농업은 이론만으로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기상 변화와 병해충, 작물 생육 상태, 시장 가격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스마트팜 역시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체계는 사업 초기 교육에 집중되어 있을 뿐,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일부 청년농은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지만 상당수 고령 농업인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팜은 혁신의 수단이 아니라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제 스마트팜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보급률이 아니라 활용률이다. 몇 동의 스마트팜을 설치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 지원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장 밀착형 교육을 확대하고, 청년농과 고령농을 연결하는 멘토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역 단위의 스마트팜 전문 인력을 육성해 농업인들이 언제든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의 미래가 스마트화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농업의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장비도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할 사람이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이다. 농업 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스마트팜의 성공은 최첨단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농업인이 그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투자해야 할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스마트팜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를 직시할 때 비로소 농업의 미래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마이크론 서프라이즈, 삼전·하닉 조정론에 제동…HBM 랠리 ‘2차전’ 열리나
  • 남아공에 졌는데도 한국 32강 진출 확률 94%⋯왜? [북중미 월드컵]
  • 한국 축구대표팀, 이후 일정은? [북중미 월드컵]
  • ‘안전자산’ 위상 잃은 금, 3년 강세장 끝났다…금리 인상 기조에 매력↓ [대체자산의 추락 ①]
  • 10명 중 9명 "경제적 자유 달성해도 '일은 계속'" [데이터클립]
  • 마이크론 ‘매출 네 배’가 알린 메모리 슈퍼사이클…삼성·SK, 하반기 이익 더 커진다
  • 감독ㆍ축협ㆍ선수 모두 잘못⋯홍명보호 '전방위 직격' [북중미 월드컵]
  • 코스피, '마이크론 훈풍'에 5% 급등 8934 안착...코스닥은 하락 마감
  • 오늘의 상승종목

  • 06.2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693,000
    • -0.52%
    • 이더리움
    • 2,396,000
    • -0.99%
    • 비트코인 캐시
    • 291,100
    • +4.49%
    • 리플
    • 1,586
    • -1.73%
    • 솔라나
    • 101,500
    • +0.3%
    • 에이다
    • 219
    • +1.39%
    • 트론
    • 494
    • -0.6%
    • 스텔라루멘
    • 272
    • -3.2%
    • 비트코인에스브이
    • 16,170
    • -1.46%
    • 체인링크
    • 11,060
    • +0.09%
    • 샌드박스
    • 71.78
    • -4.1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