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사후정산’ 손본다…정유업계 공급가 체계 개편 확산 조짐

입력 2026-06-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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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업계 최초 주 단위 공급가 사전 고지하기로
에쓰오일은 일간 고지…GS·HD현대도 개편 논의
가격 예측 가능성 높여 소비자 신뢰 회복 기대

▲23일 서울 마포구 SK양지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SK주유소 차량용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할인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도 동일 수준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도록 할인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23일 서울 마포구 SK양지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SK주유소 차량용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할인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도 동일 수준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도록 할인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정유업계의 주유소 공급가격 체계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SK에너지가 업계 최초로 주 단위 공급가격을 사전에 확정하기로 하면서 ‘깜깜이 사후정산’으로 불리던 기존 거래 관행이 바뀔지 주목된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는 더디게 내려간다는 비판이 반복돼 온 만큼 가격 결정 구조의 투명성이 소비자 신뢰 회복의 관건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7.67원, 경유는 2000.46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름값은 5월 셋째 주부터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정세 완화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국내 공급가격을 책정하고 전국 주유소에 유통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환율과 운송비, 재고 가격 등도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간 정유사는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먼저 공급한 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최종 공급가격을 정하는 사후정산 방식을 활용해 왔다.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을 반영한 방식이지만, 주유소 입장에서는 공급 당시 실제 매입가격을 알기 어려워 판매가격과 적정 마진, 재고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유사 공급가격 결정 기준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고유가 국면마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 상승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소비자 불신도 커졌다.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가 4월 국회에서 사후정산 제도 개선 등에 합의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23일 서울 마포구 SK양지주유소를 찾은 이용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SK주유소 차량용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할인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도 동일 수준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도록 할인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23일 서울 마포구 SK양지주유소를 찾은 이용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SK주유소 차량용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할인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판매 가격을 리터당 50원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도 동일 수준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도록 할인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에 SK에너지는 업계 최초로 주 단위 공급가격을 사전에 확정하고 기존 사후정산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거래 관행을 바꿔 가격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유소가 일정 기간 적용될 실제 매입가격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해 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까지 차량용 경유 가격을 리터(ℓ)당 50원 할인하는 지원책도 시행했다. 직영주유소는 판매가격을 직접 내리고, 자영주유소에는 지원금을 지급한다. 실제로 이날 오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8개 지역에서 SK에너지 계열 주유소가 지역 내 경유 최저가 주유소로 나타났다.

다른 정유사들도 가격 체계 개편에 나서는 분위기다. GS칼텍스도 공급가격을 주간 단위로 사전 고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제도 개편을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의 경우 하루 단위로 공급가격을 고지한 뒤 이를 기준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급가격을 미리 확정할 경우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이 급변했을 때 정유사가 일정 부분 변동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점은 변수로 꼽히지만, 주유소 입장에서는 거래 투명성과 안정성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 체계가 정유사 간 유통 경쟁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후정산 폐지와 공급가격 사전 확정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관행을 바꾸는 구조적 조치”라며 “가격 예측 가능성이 주유소 사업자의 거래 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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