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1만2000원, 1만320원을 요구했다. 인상률로 환산하면 각각 16.3%, 0%(동결)다.
정부세종청사에서 2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사용자위원 양측은 이 같은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은 최초 요구안 제시 전부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2%로 국제적으로 적정 수준의 상한으로 보는 60%를 이미 넘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계속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키오스크와 무인화, AI 자동화를 가속하고, 임시·일용 근로자뿐 아니라 미숙련 취약계층의 고용 기회까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위로만 쏠리고, 사회적 위험과 비용은 노동시장 하부구조로 빠르게 흘러넘치는 ‘거꾸로 된 낙수효과’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가혹한 현실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을 보전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역할로 마땅히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지갑이 열려야 골목상권이 살고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최초 요구안은 지난해보다 나흘 늦게 제시됐다. 매주 2회씩 전원회의를 열어도 법정 시한(6월 29일) 내 합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해에는 6월 19일 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이 나왔다. 노사 최초 요구안 격차가 14.7%포인트(p)로 올해(16.3%p)보다 작고 최초 요구안 제시도 나흘 일렀지만 최저임금 결정은 시한을 넘긴 7월 10일 이뤄진 바 있다.
합의도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노·사·공은 12차 전원회의까지 간 끝에 공익위원 중재로 17년 만에 최저임금을 합의로 결정했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민노총 추천 위원 4명이 퇴장했으나 다수(5명)인 한국노총이 남아 합의가 성사됐다.
올해 합의 여건은 지난해보다 안 좋다. 노사 대립이 더 심해져서다. 노동계는 유례없는 성과급 잔치에 따른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를 내세워 고율 인상을 요구한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ㆍ3조) 시행을 계기로 노동계 내 강경투쟁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강경해진 건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이날 회의에서 경영계는 회의 중 최초 요구안을 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측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삭감안’을 요구해 합의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는 25일 회의에서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사가 계속해서 수정안을 제시하고, 수정안 제시에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은 노사 요구안 내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해 제시한다.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중재안에 노사 중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2025년 1만30원(1.7%), 2026년 1만320원(2.9%)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