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은 충분한데 약이 없다…‘깜깜이 유통’에 의약품 유통 추적 필요성 커진다

입력 2026-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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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의약품 품절…재고 쌓이는 쏠림 현상도
불투명한 공급 문제…유통 전 과정 투명성 높여야

▲서울 종로구 약국 밀집 지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 약국 밀집 지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독감이 유행하거나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약 품절 문제가 반복된다. 제약사가 생산량을 늘려도 일부 약국에서는 약을 구하지 못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재고가 남는 일이 벌어진다. 생산 부족이 아닌 유통 과정의 비효율이 공급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필수의약품과 치료제의 공급 부족 사례가 이어지면서 의약품 생산 능력 확대뿐 아니라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의약품은 수천 개 도매업체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제약사가 생산한 의약품은 도매상과 유통업체를 거쳐 병원과 약국에 공급되고 환자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품절과 공급 지연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수급 차질과 생산설비 문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업계는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 부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출하된 의약품이 실제 어느 지역과 의료기관, 약국으로 공급되는지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현장에서는 생산량이 충분함에도 유통 과정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의약품은 매년 품절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제약사가 의약품을 출하한 이후 병원과 약국에 전달되는 과정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유통’ 구조가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독감 유행이나 환절기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제약사가 공급 물량을 늘리더라도 중간 유통 단계에서 특정 거래처로 물량이 집중되거나 재고가 적절히 배분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품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약국에서는 일정 수량 이상을 주문해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제도를 운영하며 유통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상 간 거래 정보 등 일부 유통 단계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품절이 발생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재고가 남아 있는 등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다.

업계는 의약품 유통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추적 체계가 구축되면 수급 불균형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통 흐름을 파악하면 수요가 많은 지역에 물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 품절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환절기와 독감 유행 시기에 반복되는 감기약과 소아 의약품 품절 문제는 유통 과정의 비효율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투명성 강화는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향정신성의약품과 같이 관리가 필요한 품목은 유통 경로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불법 유출이나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 운송 환경과 품질 관리까지 포함한 유통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재고·유통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실시간에 가까운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데이터를 활용해 수급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이나 품목의 공급 부족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제약 영업 환경 변화에 따라 의약품 판매대행업체(CSO)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신고제를 도입하며 관리 체계를 마련했지만 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유통 투명화가 이뤄지면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품질 관리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유통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시스템 투자와 시설 개선이 필요한 만큼 업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급·재고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의약품 수급 불균형을 조기에 파악하고 공급 부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유통정보 관리 체계와 공급망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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