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앞세운 차세대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다.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직접 수행하며 축적한 역량을 활용해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을 발굴하고 한국과 아시아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바이오 USA)’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화두는 AI와 오픈이노베이션”이라며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확보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5~10년을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로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는 데 약 30년이 걸렸고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상업화와 판매까지 직접 수행했다”며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노바메이트가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여기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두 번째 성장 축을 마련하고 중추신경계(CNS) 영역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이를 위해 AI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날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AI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력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CNS 신경면역 영역에서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장은 “올해 초부터 다양한 AI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인실리코 메디슨과 함께하기로 했다”며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 가운데 하나로 SK바이오팜과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I 활용 범위는 신약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남미 제약사 유로파마(Eurofarma)와 50대 50 합작법인을 설립해 뇌파(EEG)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AI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관리까지 포함한 전 주기 케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도 또 다른 핵심 축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뉴저지에 개방형 협력 거점 ‘링크스(LINKS)’를 구축하고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링크스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스테이션C, 재미한인생명과학자협회(KASBP) 등과 협력해 조성됐다.
이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 사업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 한다”며 “뉴저지 거점을 중심으로 동양에서 발굴된 기술을 서양 시장에서 상업화하는 ‘이스트-웨스트 브리지(East-West Bridge)’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우수한 기술과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연결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SK바이오팜이 미국 상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시아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성관 SK바이오팜 부사장은 인실리코 메디슨과의 협력에 대해 “단순한 위탁 연구가 아니라 공동 연구 모델”이라며 “AI 신약개발 기업의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공유받고 연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통상 비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약 4.5년이 걸리지만 이번 협력에서는 약 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개발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는 것이 가장 큰 기대 효과다. AI를 활용해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한 차세대 블록버스터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