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컵의 수난

입력 2026-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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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가 카페 등에서 텀블러나 다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면 300~400원을 할인해주는 '다회용컵 할인제'를 예고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지난해 말 '탈플라스틱 로드맵'에 담겼던 컵따로계산제(컵가격표시제)를 사실상 철회한 뒤 내놓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대안 성격이지만 또다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을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로, 2022년 전국 시행 예정이었지만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세종·제주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소상공인 반발 등에 확대 시행이 계속 유예됐다가 지금은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마저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탁생행정 느낌이 난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쓰면 카페 등에서 음료 가격과 별도로 200~300원의 컵 가격을 영수증에 따로 표기한다는 컵따로계산제다. 발표 당시부터 저가커피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기후부 4월 발표한 탈플라스틱 추진계획에 컵따로계산제는 제외됐다. 일회용컵을 둘러싼 일련의 혼선을 의식한 것인지 최근 기후부는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다회용컵 할인제 카드를 커냈다.

문제는 이전과 비슷한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저가커피 프랜차이즈가 판매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대략 2000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는데, 컵 가격을 정부가 정한 만큼 깎아줘야 한다면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다회용컵 할인 가격으로 언급한 '300~400원'을 적용한다면 산술적으로 음료 가격의 최대 20%를 할인해줘야 하는 셈이다. 크기, 재질별, 구매 규모별로 다양한 컵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하느냐도 문제다. 기후부는 음료 가격에 이미 포함된 컵 가격을 빼주는 것인 만큼 점주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컵따로계산제 발표 당시에도 같은 논리였다.

일회용컵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환경을 위해 모두가 일정 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할 사안도 있다. 하지만 일회용컵을 줄인다며 수 년간 내놓은 정책들이 현실과 다소 괴리돼 있거나 오락가락한 것은 당국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정부 정책이 한 번만 흔들려도 시장이 받는 혼란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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