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 발현 정보만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조직 내 세포의 위치와 상호작용까지 파악하는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가 차세대 신약 개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AI 기술 발전과 맞물리면서 공간전사체가 새로운 신약 표적 발굴과 정밀의학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간전사체는 조직 내 세포의 위치 정보와 리보핵산(RNA) 발현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 전사체 분석이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공간전사체는 해당 유전자가 조직 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까지 확인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암세포와 면역세포, 혈관세포 등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활용된다.
특히 공간전사체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RPT) 등 약물 전달 기반 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갖는다. 약물이 종양 조직 내부까지 얼마나 침투하는지, 어떤 표적과 링커 절단 효소 조합이 효과적인지, 약물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포트래이가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암제 개발 지원 플랫폼을 구축했다. 회사는 암 환자 가운데 완치 환자와 사망 환자의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치료 반응과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현재 11개 이상의 국내외 병원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세포 단위 기준 1억2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한 제약사와 대학 연구진 등을 포함해 약 25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약물을 활용한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
포트래이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신약 탐색 공동연구개발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8775만달러(약 1259억원)다. 포트래이는 공간전사체를 포함한 멀티오믹스(Multi-Omics) 분석을 통해 신규 표적을 발굴하고 셀트리온은 최대 10개 표적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해 후보물질 발굴과 후속 개발을 담당한다.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도 높다. 올해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는 공간오믹스 관련 연구가 총 357건 발표됐다. 이는 항체약물접합체(ADC·318건)와 AI·머신러닝(275건) 관련 발표 건수를 웃도는 수치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간전사체 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확보와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공간전사체 실험은 복잡한 전처리 과정과 높은 수작업 비중으로 인해 데이터 편차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포트래이가 최근 실험 자동화 전문기업 에이블랩스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기 위함이다.
포트래이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자체보다는 데이터에서 도출한 예측 모델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최적의 표적과 약물 설계 전략을 제안하고 궁극적으로는 후보물질 발굴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