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미토스 5(Mythos 5)’와 ‘페이블 5(Fable 5)’에 대한 외국인 접속을 전격 차단하면서 AI 모델이 단순한 기술 상품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국가 통제 기반의 전략물자로 격상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미토스 사태를 계기로 미국산 AI 자산의 무기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역설적으로 중국 중심의 오픈소스(개방형) AI 모델의 확산이 가팔라질 수 있어 소버린 AI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18일 AI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이번 앤스로픽의 수출 통제 조치는 향후 글로벌 AI 공급망의 판도를 뒤흔들 도화선이 될 전망된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규제의 확장성이다. 현재는 앤스로픽의 특정 모델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미ㆍ중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국내 기업과 기관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미국산 주류 모델 전반으로 접근권 통제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이와 같은 경우 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국내 산업계는 한순간에 AI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독점의 역설도 제기된다. 미국의 기술 장벽이 높아질수록 최첨단 AI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글로벌 개발자들과 제3세계 국가들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국 진영의 오픈소스 AI 모델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즈푸AI는 미국 정부의 미토스 5와 페이블 5 접근 조치 발표 직후 당초 최상위 요금제에만 적용하려던 최신 모델 ‘GLM-5.2’를 자사 유료 코딩 요금 전 구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즈푸AI는 중국 정부가 미국 AI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회사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접근권을 통제할수록 기술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중국의 개방형 AI 생태계로 결집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중국 오픈소스 AI 진영의 영향력과 체급을 키워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오픈소스 활용으로 인한 보안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교수는 “오픈소스에는 연구용 오픈소스가 있고 지배력을 높이는 오픈소스가 있는데, 중국 오픈소스의 경우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며 “향후 유료 상업용 전환 압박에 시달리거나, 백도어에 악성코드를 심고 동북공정 등 중화사상을 심는 보안·이념적 리스크가 공공과 교육 현장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소버린 AI 전략도 시대와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뛰어넘는 범용 모델 개발에 무리하게 집착하기보다 영역별로 통제 권한을 확보하는 ‘실리적 기술 주권’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미국, 중국과의 범용 모델에서 승리하긴 어렵기 때문에 향후 한국형 소버린 AI는 공공과 산업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최고 성능이 필수적이지 않은 국가 안보와 방산, 군용, 통신, 공공 분야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완벽하게 통제권을 쥔 ‘100% 국산 독자 모델’을 써서 안보 주권을 지키고, 산업 분야에서는 최고 성능의 글로벌 모델을 유연하게 쓰는 ‘탄력적인 주권 확보’가 현 시대의 소버린AI”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