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의 청년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들이 겪는 고용·자산·소득 양극화의 삼중고가 매우 심각하다"며 청년정책 전담기구 설치 검토를 서두르고 내년 예산안과 중장기 국가재정 사업에서도 청년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일자리·창업·주거·교육·복지 정책이 청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청년 체감도 지수' 도입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청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인식은 타당하다. 문제는 청년 정책의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다. 정부·여당은 청년 문제의 해법으로 재정 투입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청년층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확장적 재정 운용 자체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청년들은 그 비용이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보다 그 뒤에 따라올 국가채무와 조세 부담을 먼저 계산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최근 선거 관리 논란 과정에서 나타난 청년층의 집단적 문제 제기는 이러한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요구한 것은 더 많은 지원금이나 복지 확대가 아니었다.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공정성과 책임성, 그리고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였다. 선거 관리와 같은 국가의 기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청년들은 재정 지원보다 제도의 정상화를 먼저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보수화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과 제도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태도에 가깝다. 공정한 경쟁과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층이 재정 확대 정책에 거리를 두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오늘의 재정지출이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국가채무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의 재정 확장 정책이 결국 자신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시적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기회의 확대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농촌기본소득 등 각종 기본소득 정책도 청년층의 냉정한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은 지역 활성화와 소득 안전망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과 정책 효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 확대 정책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고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오랜 정책 철학이다. 그러나 그 정책의 주요 수혜 대상으로 여겨졌던 청년층이 국가 개입과 재정 확대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진보 진영 역시 새로운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얼마나 더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다. 돈을 더 주기는 쉽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정부와 여당 앞에는 2년 후 23대 국회의원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