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없어도 된다?⋯넷플릭스가 노리는 ‘경기 밖 시장’ [북중미 월드컵]

입력 2026-06-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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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서 뉴욕·뉴저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로고가 공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서 뉴욕·뉴저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로고가 공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방송 경쟁이 TV 중계권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경기 생중계는 여전히 전통 방송사가 중심이지만, 팟캐스트와 쇼츠, 스트리밍 플랫폼이 경기 전후의 화제성과 짧은 영상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BBC와 ITV의 전통적인 시청률 대결만으로 방송 경쟁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BBC와 ITV는 1966년부터 월드컵 중계를 나눠 맡아왔다. 그러나 48개국이 참가하고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은 전 세계 미디어 이벤트로 확대된다. 유튜브와 틱톡은 일부 경기의 초반 10분을 생중계할 권리를 확보했고, 넷플릭스는 개리 리네커의 축구 팟캐스트 ‘더 레스트 이즈 풋볼’(The Rest Is Football)을 북중미 월드컵 기간 일일 TV 프로그램으로 스트리밍한다.

본경기 밖에서 커지는 축구 콘텐츠 경쟁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위치한 브리검영대학교(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엘살바도르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울산 HD).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KFA))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위치한 브리검영대학교(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엘살바도르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울산 HD).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KFA))

가디언은 북중미 월드컵의 새로운 경쟁장으로 팟캐스트와 온라인 영상을 지목했다. 과거 월드컵 방송 경쟁은 어떤 방송사가 더 많은 경기를 확보하고, 더 강한 해설진을 꾸리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경기 전체 중계권을 갖지 않은 플랫폼도 월드컵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 사례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개리 리네커가 진행하는 ‘더 레스트 이즈 풋볼’을 북중미 월드컵 기간 매일 공개되는 TV 프로그램으로 제작한다. 기존에는 팟캐스트 형식의 축구 토크 콘텐츠였지만, 이번 대회 기간에는 약 6주 동안 뉴욕 타임스스퀘어로 거점을 옮긴다.

리네커는 첫 방송에서 고정 출연자인 앨런 시어러, 마이카 리처즈와 함께한다. 대회 기간에는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랭크 램퍼드 코번트리 감독, 파트리크 비에라 전 제노아 CFC 감독 등 축구계 인사들도 출연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리처즈가 게리 네빌의 축구 토크 콘텐츠 ‘스틱 투 풋볼’(Stick to Football)도 뉴욕에 거점을 두는 점을 두고 “팟캐스트 전쟁”이라고 농담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더 레스트 이즈 풋볼’ 40회 분량에 1400만파운드(약 285억6000만원)를 투자했다. 프로그램에는 축구 토크뿐 아니라 경기장 현장 인터뷰와 리포팅도 포함된다. 넷플릭스가 북중미 월드컵 경기 생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축구 콘텐츠를 통해 월드컵 시청자를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가 월드컵 콘텐츠에 돈 쓰는 이유

▲넷플릭스.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은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넷플릭스의 라이브 스포츠 확대 전략을 짚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차기 여자 월드컵 2개 대회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그동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미국프로풋볼(NFL) 크리스마스 경기,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유명인 권투처럼 단발성 스포츠 이벤트나 엔터테인먼트 결합형 스포츠에 집중해 왔지만, 축구 콘텐츠로 영역을 넓힐 경우 업계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토니 패스터 골행거(‘더 레스트 이즈 풋볼’ 제작사) 공동창업자는 넷플릭스가 월드컵 시청자를 붙잡을 방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골행어는 14개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70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팟캐스트 제작사다.

패스터는 “넷플릭스는 라이브 경기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드컵 시청자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월드컵을 둘러싼 관심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며 “매일 볼거리를 제공해 시청자들이 6주 동안 넷플릭스를 떠나지 않고 매일 켜도록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스 케이-젤스키 BBC 스포츠 디렉터도 넷플릭스의 실험을 주목했다. 그는 “‘더 레스트 이즈 풋볼’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것은 흥미롭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중요한 변화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전통 방송사들도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케이-젤스키는 “우리는 24시간 월드컵 콘텐츠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연결되고 통합된 방식이다. 생중계 TV 방송, 라디오 파이브(Radio Five), 유튜브 쇼츠, 뉴스와 분석, 인터랙티브 월드컵 게임까지 모두를 위한 콘텐츠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짧은 영상까지 번진 월드컵 중계 경쟁

▲OTT를 통해 스포츠 경기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는 모습 (사진=그록 AI 생성)
▲OTT를 통해 스포츠 경기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는 모습 (사진=그록 AI 생성)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 수가 크게 늘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경기 수는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증가했다. 가디언은 경기 일정이 비대해지고, 영국 기준으로 전체 경기의 40%가 자정 이후 시작된다는 점도 짧은 영상과 보조 콘텐츠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봤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새로운 SNS 중계 패키지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유튜브와 틱톡은 일부 경기의 첫 10분을 생중계할 권리를 확보했다. 전체 경기를 보여주는 권리는 아니지만, 경기 초반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짧은 영상 플랫폼도 북중미 월드컵 라이브 콘텐츠 시장에 들어선 셈이다.

TV 중계권 경쟁도 여전히 핵심 축이다. ITV는 이번 대회에서 51경기, BBC는 54경기를 중계하고 결승전은 두 방송사가 함께 중계한다. ITV는 개막전인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 잉글랜드의 첫 경기인 크로아티아전을 맡는다. BBC는 준결승 1순위 선택권을 갖고 있으며, 잉글랜드가 32강과 16강에 진출할 경우 해당 경기도 중계한다.

나이얼 슬론 ITV 스포츠 국장은 짧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지만 축구 생중계의 힘은 여전히 크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짧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것이다. 그러나 45분 하프 두 번으로 구성된 경기의 의미가 사라지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의 인기가 커지면서 라이브 이벤트의 중요성도 커졌다. 요즘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이끌어내는 TV 프로그램은 많지 않지만, 주요 축구 대회는 분명히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북중미 월드컵의 방송 경쟁은 이제 경기 전체를 누가 중계하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BBC와 ITV가 본경기 중계를 나눠 맡는 동안, 넷플릭스는 일일 축구 프로그램으로 대회 기간 시청자 관심을 붙잡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은 일부 경기의 초반 10분 생중계 권리를 바탕으로 짧은 영상 시장을 겨냥한다. 경기 전후의 해설과 분석, 짧은 장면까지 누가 확보하느냐가 월드컵 미디어 경쟁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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