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 13개국으로 출발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 사상 처음 48개국 체제로 확대된다. 참가국 증가와 함께 경기 수도 역대 최다인 104경기로 늘고, 32강 토너먼트와 조 3위 간 성적 비교가 새롭게 도입된다.
FIFA는 8일(현지시간) 월드컵 출범 이후 대회 방식이 변화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월드컵은 96년 동안 참가국 수와 조별리그 운영 방식, 토너먼트 진출 기준을 여러 차례 바꿨다. 1954년 16개국, 1982년 24개국, 1998년 32개국 체제로 확대된 데 이어 2026년 다시 한번 큰 전환점을 맞는다.

첫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3개 대륙에서 13개국이 참가했으며 3개국씩 구성된 3개 조와 4개국으로 이뤄진 1개 조에서 경쟁했다. 각 조 1위만 준결승에 진출했다.
현재처럼 조별리그를 거쳐 16강과 8강을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조별리그 다음 단계가 곧바로 준결승이었다. 대회 전체 경기 수도 18경기에 불과했다.
1934년 이탈리아 대회와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마저 사라졌다. 16강부터 단판 승부를 가리는 전면 토너먼트 방식이 적용됐다. 조별리그 없이 치러진 월드컵은 이 두 대회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12년 동안 중단됐던 월드컵은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재개됐다. 참가국은 첫 대회와 같은 13개국이었고 조별리그도 부활했다.
다만 1950년 대회에는 별도의 결승전이 없었다. 1차 조별리그를 통과한 4개 팀이 다시 최종리그를 치러 우승국을 정했다. 우루과이는 마지막 경기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2-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개최국의 우승을 확신했던 브라질에 이 경기는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남았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참가국은 16개국으로 늘었다. 4개 팀씩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개 팀이 8강에 진출하는 기본 구조가 마련됐다.
다만 스위스 대회에서는 한 조에 속한 모든 팀이 서로 맞붙지는 않았다. 조별로 시드를 받은 두 팀은 서로 경기하지 않고 나머지 두 팀과만 대결했다.
1958년 스웨덴 대회부터 한 조의 네 팀이 모두 한 번씩 맞붙는 풀리그 방식이 자리 잡았다. 각 팀은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치렀고 상위 2개 팀이 8강에 올랐다. 오늘날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조별리그의 기본 틀이 이때 만들어진 셈이다.
16개국 체제는 세계적인 스타와 명승부를 낳았다. 펠레는 1958년과 1962년, 1970년 대회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고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프란츠 베켄바워가 이끈 서독은 1974년 정상에 올랐다.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8강과 준결승 대신 2차 조별리그를 도입했다. 1차 조별리그를 통과한 8개 팀을 4개 팀씩 두 조로 나눈 뒤 각 조 1위가 결승에 진출했다. 조 2위끼리는 3·4위전을 치렀다.
그러나 축구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16개국만으로 본선을 치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커졌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참가국이 24개국으로 증가했다. 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등 더 많은 대륙의 국가가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24개 팀은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었다. 각 조 상위 2개 팀이 2차 조별리그로 올라갔고, 진출한 12개 팀은 다시 3개 팀씩 4개 조로 편성됐다. 2차 조별리그의 각 조 1위가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방식은 한 대회만 치른 뒤 사라졌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차 조별리그가 폐지되고 16강 토너먼트가 도입됐다.
6개 조의 1·2위 12개 팀에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을 더해 16강 대진을 구성했다. 전체 6개 조 중 4개 조에서는 3위까지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1986년 대회의 이 방식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와 1994년 미국 대회에서도 유지됐다. 24개국 체제는 모두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사용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32개국 시대의 시작이었다. 32개 팀을 4개 팀씩 8개 조로 나누고 각 조 1·2위가 16강에 진출하는 단순한 구조가 도입됐다.
24개국 체제에서 적용됐던 조 3위 간 성적 비교는 없어졌다. 조별리그를 2위 안에 마쳐야만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어 진출 조건도 명확해졌다.
전체 경기 수는 64경기로 늘었다. 각 팀이 조별리그에서 최소 3경기를 치르고, 16강부터 결승까지 단판 토너먼트로 우승국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32개국 체제는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7차례 이어졌다.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대회 방식이다.
프랑스는 32개국 체제의 첫 대회였던 1998년 자국에서 우승했고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06년 독일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 체제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에서도 32개국 체제는 익숙하다. 한국은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매번 본선에 진출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22년 카타르 대회 16강을 기록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50% 늘어난다. 대회 경기 수도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40경기 증가한다.
48개 팀은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2위 24개 팀이 32강에 직행하고,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추가로 토너먼트에 합류한다.
조 3위 간 성적을 비교하는 방식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돌아온다. 다만 당시에는 6개 조의 3위 중 4개 팀이 16강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12개 조의 3위 가운데 8개 팀이 32강에 진출한다.
32강 토너먼트도 월드컵 역사상 처음 도입된다. 우승팀은 조별리그 3경기와 32강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 5경기를 더해 모두 8경기를 치르게 된다. 기존 32개국 체제의 우승팀이 치른 7경기보다 한 경기가 많다.
본선 진출 문도 넓어졌다. 월드컵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난 1982년,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년에 이어 2026년은 또 한 번 참가 규모가 크게 바뀌는 대회가 된다.
FIFA는 세계 각지에서 축구 수준이 향상됐고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늘어난 점을 확대 배경으로 들었다.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조별리그의 경쟁력과 대회 기간 증가, 선수들의 체력 부담 등은 새 체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