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1500원대⋯산업계 ‘달러 수혜’ vs ‘원가 압박’ 전선 형성

입력 2026-06-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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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방산은 달러 매출 효과…환헤지 따라 수혜폭 차이
석화·철강·배터리는 원재료 비용 상승에 수익성 압박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산업계 실적 변수로 떠올랐다.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는 조선·방산·반도체 업종은 원화 환산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원유와 나프타 등 원재료를 달러로 사들이는 석유화학·철강·배터리 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환율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조선업이 꼽힌다. 선박 계약은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체결되고, 인도 시점에 대금을 받는 구조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매출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규모가 커진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3년 안팎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점도 고환율 효과를 키우는 요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빈 도크 없이 선박 인도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선 3사의 체감 수혜는 환헤지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대금의 환율 변동 위험을 대부분 막는 100%에 가까운 헤지 전략을 유지 중이다. 환율 급락기에는 방어력이 크지만, 고환율 국면에서는 환차익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통상 수주금액의 30~50% 수준을 환헤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율 상승분이 원화 매출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어 고환율 수혜폭은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환율 효과는 후판과 기자재 가격, 외화 차입금 규모, 수주 시점과 매출 인식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고환율이 장기화해 글로벌 교역과 해상 물동량을 위축시킬 경우 중장기 발주 심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산과 반도체도 달러 매출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방산은 해외 수출 계약이 늘면서 원화 환산 매출 증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다만 해외 부품 조달, 현지 생산 조건, 장기 계약상 환율 조건에 따라 실질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에는 고환율이 원가 부담으로 먼저 작용한다.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인 원유와 나프타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된다.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화 기준 원재료 매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범용 제품 마진이 낮아진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철강과 배터리 업계도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철강사는 철광석과 원료탄을, 배터리 업체는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달러로 조달한다. 일부 수출 매출로 상쇄하는 ‘내추럴 헤지’ 효과가 있지만, 원가와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 결국 고환율 국면에서 기업 실적을 가르는 핵심은 달러 매출과 달러 비용의 균형, 환헤지, 가격 전가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달러 기반 계약 구조라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언급되지만, 일정 수준 환헤지를 이미 하고 있어 실제 영향은 제한적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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