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에 금리 인상까지…은행권 충당금 압박 커진다

입력 2026-06-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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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충당금 적립비율 150.4%…2022년 이후 하락세
4대 은행 충당금 1분기 소폭 반등…금감원도 확충 유도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한동안 줄어들던 은행권 충당금 부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유가와 고환율,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가계·기업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하반기 부실 우려가 확대될 경우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50.4%로 집계됐다. 2022년 227.2%에 달했던 적립비율은 2023년 214.0%, 2024년 187.0%, 2025년 160.3%로 매년 가파르게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50%선 턱밑까지 내려앉았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은행의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신 부실에 대한 은행의 손실 흡수 여력이 그만큼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다시 충당금 곳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극에 달했던 2023년 8조5307억원까지 급증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24년 8조5051억원, 2025년 8조3015억원으로 줄어들던 충당금은 올해 3월 말 8조3061억원으로 돌아서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이 올해 3월 말 기준 2조424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2조2281억원, 하나은행 1조8838억원, 우리은행 1조7699억원 순이었다.

은행권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이유는 올해 들어 고환율과 고유가가 새로운 대형 변수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60원선까지 치솟으며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을 촉발했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대외 변수는 기업대출 건전성에 치명타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비대해지고, 외화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환율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이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결국 기업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 은행이 고스란히 충당금 적립 압박을 받게 된다.

여기에 '물가 잡기'를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일제히 동반 상승해, 가계와 기업 차주의 이자 독촉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하반기 대외 변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지우고 있다. 환율·유가 불안이 촉발한 물가 상승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차주별 상환 여력과 업종별 리스크를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생겼다”며 “수입 원가 부담이 큰 업종과 취약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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