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남는데 가격은 그대로…6월 원유 협상이 가를 ‘흰우유 딜레마’

입력 2026-06-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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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우유 소비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음용유용 중심 구조는 유지
이달 2027~2028년 원유 용도별 물량 협상…가격 아닌 물량 재배분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최저치로 줄어들면서 우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 2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으로 꾸준히 줄다가 지난해에는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최저치로 줄어들면서 우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 2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으로 꾸준히 줄다가 지난해에는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흰우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우윳값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수요가 줄어도 원유 가격과 물량 구조가 곧바로 조정되지 않는 데다, 흰우유로 팔리지 못한 원유를 분유 등으로 돌리는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우유 시장의 가격 경직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줄어드는 흰우유 시장에 맞춰 원유 물량 구조를 조정하고, 국산 원유를 소화할 가공식품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달 열리는 2027~2028년 원유 용도별 물량 협상은 이 같은 낙농 구조 전환의 속도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9일 정부와 낙농업계 등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유업체가 참여하는 2027~2028년 원유 용도별 물량 협상이 이달 중 본격화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흰우유 등에 쓰이는 음용유용 원유와 치즈·분유 등 가공품에 쓰이는 가공유용 원유의 배분 물량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원유 가격을 정하는 협상이 아니라 용도별 물량을 다시 나누는 협상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동결됐다. 원유 생산비 변화가 가격을 다시 협상할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882원으로 유지된다. 다만 가격과 별개로 흰우유 소비 감소에 맞춰 음용유용·가공유용 원유 물량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이달 협상에서 따로 다뤄진다.

핵심은 소비가 줄어드는 음용유용 물량을 얼마나 낮추고, 상대적으로 수요 확대 여지가 있는 가공유용 물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다. 흰우유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유 물량 구조를 그대로 두면 남는 원유를 가공용으로 돌리거나 재고로 떠안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유가 남는데도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경직성이 깔려 있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2023년 1월 도입됐다. 과거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 소비가 줄어도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생산비뿐 아니라 수급 상황을 반영해 음용유용과 가공유용 원유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문제는 제도 개편 속도가 소비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보다 9.5% 줄었다. 흰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출생에 따른 학교급식 수요 감소, 수입 멸균우유 확대, 식물성 음료 등 대체재 증가가 겹치면서 흰우유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이다.

반면 생산자와 유업체 간 원유 거래 구조는 여전히 흰우유 중심이다. 제도 도입 당시 용도별 물량은 음용유용 195만톤, 가공유용 10만톤으로 설정됐다. 이후 2025~2026년 적용 물량은 음용유용 194만1000톤, 가공유용 10만9000톤으로 조정됐다. 음용유용 물량을 9000톤 줄이고 가공유용 물량을 9000톤 늘린 셈이지만, 전체 구조를 바꿀 정도의 조정 폭은 아니었다.

이 간극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진다. 합의된 용도별 물량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음용유용 원유가 흰우유 시장에서 다 소화되지 못하면, 남는 물량은 분유나 치즈 등 가공품 원료로 돌릴 수밖에 없다. 다만 국산 원유로 만든 가공품은 수입 원료를 쓴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 유업체의 손실·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젖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젖소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협상에서 생산자와 유업체의 입장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물량 축소가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급격한 감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로 유업체는 흰우유 판매 감소와 재고 부담을 이유로 음용유용 물량 감축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낙농가 소득, 유업체 부담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구조다.

다만 가공유용 물량 확대가 곧바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원유를 더 많이 가공용으로 돌리려면 치즈·버터·분유·디저트 원료 등에서 실제 수요가 생겨야 한다. 물량만 옮겨 놓고 가공 수요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 재고 부담의 형태만 바뀔 수 있다. 가공식품 개발과 기업 간 거래 수요 확대, 수출 판로 확보가 함께 따라붙어야 제도 개편 효과도 커진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한 낙농업계 내부 조정이 아니라 우유 시장의 구조 전환 속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흰우유 소비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면 원유 거래 구조도 음용유용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가격은 동결됐지만,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비싼 우유, 유업체에는 쌓이는 재고, 낙농가에는 줄어드는 판로라는 삼중 부담이 남아 있다. 6월 원유 물량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 식품산업 전문가는 “지금의 문제는 우유가 남느냐보다 남는 원유를 시장에서 소화할 산업 기반이 충분하냐는 데 있다”며 “원유 물량 협상이 재고 부담을 나누는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산 원유를 쓰는 가공식품 시장을 키우는 방향까지 같이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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