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민생·투자 법안부터 처리”…상법·노동입법엔 긴장감 [다시 도는 입법시계]

입력 2026-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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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전력망 확충 등 후속 입법 시급
이사 충실의무 확대·노조법 개정엔 경영 부담 우려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후반기 국회 개원을 앞두고 경제계가 장기 입법 공백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AI,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민생·투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에는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우선 처리를 바라는 과제는 반도체특별법 후속 입법, AI 데이터센터 지원, 전력망 확충, 규제개혁 관련 법안 등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전력·용수·인허가·세제 지원 등 세부 실행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AI 데이터센터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송전망과 전력 공급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벤처투자 활성화 법안 등 장기 계류 법안 처리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경제계는 내수 회복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규제 샌드박스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 투자 계획은 국회 일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투자 결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단체들의 공개적인 목소리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임금성 소송, 파업,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논의가 동시에 기업 경영을 흔들고 있지만 대한상의와 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은 각자 로펌과 자문사에 의존해 대응하면서도 산업계 의견을 집약해 전달할 창구가 약해졌다고 호소한다.

상법 개정안은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다. 경제계는 주주권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소송 남발과 경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 경영상 판단이 사후적으로 소송 대상이 될 경우 기업 의사결정이 보수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과 노조법 개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에도 산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원청 책임과 쟁의행위 범위가 확대될 경우 제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이 커지고, 협력업체와 원청 간 계약관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를 둘러싼 소송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것도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재계는 여야가 민생·성장 법안과 쟁점 법안을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 지원 법안은 속도감 있게 처리하되, 기업 부담이 큰 상법·노동 입법은 충분한 논의와 보완 장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국회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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