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얼어붙자 금융채만 ‘간신히’ 등판…이달 최대 3조 조달

입력 2026-06-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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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NH투자증권·KB증권·농협손보 등 6월 줄대기
"금융채도 원하는 만기·물량은 어려워" 상대적 우위 불과
장기물·고정금리는 부담…"발행사 아닌 수요자 우위 시장"

고금리 상황이 어이지면서 회사채 발행 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금융사들이 이달 공모채 시장에 잇달아 등판한다. 일반 회사채는 발행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반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채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아 그나마 발행 창구가 열려 있는 모습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채권발행시장(DCM) 시장에서 진행 중인 공모채 발행 규모는 약 4조원 안팎(증액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중 약 3조원이 금융채 및 금융권 유동화채권이다. 지난 4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 농협손해보험 등이 줄줄이 수요예측(입찰)에 나섰거나 이를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2000억원), 대한항공(2000억원), SK브로드밴드(1100억원), KT스카이라이프(500억원) 등이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를 제외하면 사실상 채권 발행 대기 물량 대부분이 금융권에 쏠린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10년 만기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당초 모집액은 2000억원으로 투자 수요에 따라 25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했다. 수요예측에는 4300억원의 투자 주문이 들어왔고, 모집액 기준 가산금리(채권 가격)는 국고채 10년물 대비 76bp(1bp=0.01%포인트) 수준에 형성됐다.

지난 5일에는 NH투자증권도 총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다. 만기별 모집액은 2년물 1000억원, 3년물 1500억원, 5년물 500억원이다. 신용등급은 'AA+'이며 금리밴드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로 제시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KB증권도 오는 8일 2년물과 3년물 총 4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둔 상태다. 신용등급은 'AA-'로 금리밴드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다. 흥행 시 최대 8000억원까지 발행액을 늘릴 계획이다.

보험사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발행도 이어진다. DB손해보험은 30년 만기, 발행 5년후 콜옵션(조기상환 선택권) 조건의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어치 발행을 추진 중이다. 증액 한도는 6000억원이다. 농협손해보험은 오는 17일 1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신용등급은 'A+'이며 최대 1000억원 규모다.

앞서 발행을 확정한 채권 내에서도 금융채 비중이 두도리지게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수요예측을 통해 2·3년물 회사채 총 2500억원어치 발행을 결정했고, 수요예측에서 2조4950억원의 주문을 확인했다. 하나금융지주는 99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고, 경남은행도 같은 조건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다만 이를 금융채 시장의 강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채 발행이 이어지는 것은 금융채 자체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기보다, 일반 회사채에 비해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은행채와 금융채는 발행 잔액과 유통 물량이 많고 차환 수요도 꾸준해 일반 회사채보다 유동성이 높다.

고금리 환경에 금융채 역시 발행사가 원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금리 상승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시장의 무게추가 발행사보다 투자자 쪽으로 기운 탓이다. 투자자들이 만기 2년 이상 고정금리물에 부담을 느끼면서, 발행사들도 만기와 금리 구조를 수요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실제 일부 은행채는 당초 3년물 발행을 검토하다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1년 6개월 또는 2년물 중심으로 만기를 줄이는 사례도 나타난다. 변동금리부채권(FRN) 위주로 발행이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투자자들이 고정금리채보다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변동금리채권(FRN)을 선호해 발행사 입장에서도 수요를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형 증권사 채권사업부장은 "금융채가 회사채보다 발행량이 많은 것은 맞지만, 발행이 잘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채 내에서도 만기가 길고 시장 변동 리스크가 큰 채권은 투자 수요를 충분히 찾기 어렵다. 발행사가 원하는 수량과 만기의 채권이 투자자와 매칭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채도 유찰되는 등 시장 전반이 좋지 않아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별도의 투자자층이 두텁다는 점에서 일반 선순위채와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보험사,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가 최종 수요처로 자리 잡고 있어 일정 부분 발행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금리 수준과 시장 변동성에 따라 소화 여부가 갈린다.

중소형 증권사 채권시장본부 팀장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최종 투자자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자주 발행되는 상품도 아니어서 일부 일정 물량의 채권 발행이 이뤄진다"며 "다만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온 이후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부담에 발행을 미루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금융채 중심의 발행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금융채 수요가 강해서라기보다 비금융 회사채 발행 여건이 더 나빠진 데 따른 상대적 효과에 가깝다"며 "금리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는 한 발행사들은 모집 물량과 만기, 고정·변동금리 구조를 투자자 수요에 맞춰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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