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끝으로 재현한 고종의 예물 ‘반화’⋯국 신뢰의 상징으로 부각
임시정부 시절의 연대부터 역대 대통령이 나눈 현대 정상 외교 유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서 두 달간 무료 관람, 8월부터는 세종 대통령기록관 순회전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양국 정상들이 주고받은 ‘선물’에 담긴 문화적 존중을 확인하는 자리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 3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이 한창인 전시장 내부는 140년 동안 한국과 프랑스가 다져온 깊은 우정의 온기로 가득했다. 조명 아래 빛나는 정교한 공예품과 빛바랜 외교 문서들은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두 나라가 나누었던 진심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1부 ‘조선과 프랑스의 만남’ 공간에서 가장 먼저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옹기주병’이다. 1851년 신안군 비금도에 표류한 프랑스 고래잡이 배 ‘나르발호’의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조선을 찾았던 프랑스 외교관 몽티니가 조선 관원에게 받아 간 유물이다. 거칠지만 단단한 옹기의 질감에서 예기치 못한 만남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적 신뢰가 느껴졌다.
이어서 펼쳐진 2부 전시실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에 각각 보관되어 오던 ‘조불수호통상조약(1886년)’ 문서 원본이 한자리에서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140년 전 두 나라가 근대적 외교 동반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역사적 순간이 두 권의 문서 위에서 엄숙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부 ‘조선 국왕과 프랑스 대통령의 선물 교환’ 섹션에 전시된 ‘반화(盤花)’다. 반화는 1886년 조약 체결 이후 고종황제가 프랑스의 사디 카르노 대통령에게 보낸 외교 선물이다. 연꽃잎 모양의 금속 화반 위에 소나무, 모란, 난초 등을 보석과 금속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왕실 공예품의 정수다.
원본은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국외 운송 중 파손 우려가 컸다. 이에 2024년 국가유산청과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후원 협약을 바탕으로, 국가무형유산 김영희 옥장(玉匠)이 전통 재료를 사용해 온전한 복제품으로 재현해 냈다.
현장에서 마주한 반화 복제품은 차가운 금속과 영롱한 보석이 어우러져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뿜어냈다. 모란의 부귀영화와 소나무의 절개 등 조선 왕실이 프랑스에 전하고자 했던 길상(吉祥)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이 반화는 4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 때 이재명 대통령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화 오마주’를 선물하면서 양국 신뢰의 상징으로 다시금 주목받은 바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
전시는 일제강점기 프랑스와의 연대를 조명한 4부를 지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대 외교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5부로 이어진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프랑스 측으로부터 받은 은제 그릇과 크리스탈 접시, 세브르 도자기 등이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에 화답해 노태우·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이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나전칠기함과 상감청자 등도 함께 전시되어 긴밀했던 외교적 순간들을 증명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 해결 의지에 감사를 표하며 보낸 친필 서한 앞에서는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두 나라가 문화적 유산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조명하는 자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3일부터 8월 2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도슨트의 깊이 있는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고궁박물관 전시가 끝나면 8월 14일부터는 세종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으로 자리를 옮겨 한 달간 순회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해 덕수궁 돈덕전에서도 고종의 선물을 중심으로 한 ‘반화: 상서로운 마음’ 특별전이 8월 30일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