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반도체가 이끈 강력한 성장…세수 증가로 국민 전체 혜택 늘 것"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막강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무역수지 신기록을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도 24년 만에 10%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가 촉발한 호황이 가계부채 비율 인하와 국가 재정 건전성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며 한국 경제 전반에 유익한 파급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월 수출 8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3개월 연속 대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이러한 수출 고공행진의 맨 앞단에는 반도체가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9.4% 폭증한 371억6000만달러로 집계돼 역대 월 수출액 1위 자리에 올랐다. 반도체 한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약 42%를 책임진 셈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설비투자 경쟁으로 D램(369.8%↑)과 낸드(206.8%↑) 등 고부가 메모리 고정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 결과다.
특히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흑자는 1019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종전 연간 최대치였던 2017년 실적(952억달러)을 반년도 안 돼 갈아치웠다.
정부는 이 추세라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낙관적으로 본다면 (연간 1조달러 수출 달성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도체가 쏘아 올린 공은 단순히 무역 지표 개선에 그치지 않고 거시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뒤바꾸고 있다. 실물 경제 지표는 이미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이는 잠재성장률(약 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2.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상향 폭(0.6%p) 역시 5년 만에 최대치다.
명목 GDP가 10% 이상 늘어나면 분모가 커지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1년 만에 최저치인 80%대 초반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가계부채 관리 목표(80% 수준) 달성 시점이 계획보다 4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명목 GDP 증가율 10%를 가정하면 당초 정부 전망치(51.6%)보다 크게 축소된 48.3% 선에서 방어가 가능해진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1일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강력한 반도체 수치가 명목 GDP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도체 수출이 상쇄하면서 한국의 성장은 굉장히 강력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세수 증대에 따른 정부의 재정 운신 폭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종전 최대치의 두 배를 웃도는 250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상당 부분이 반도체 기업들의 몫인 만큼 법인세를 중심으로 막대한 세수 유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상당히 증가해 국민 전체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기업 성과급에 따른 소득세 유입 등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바 있다.



